항만공사의 방만경영이 심각하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지의 4개 항만공사가 정부 지침을 어기고 단기간 근무한 직원에게 억대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항만공사는 정부 지침을 위반한 노사합의를 통해 5일 이상만 근무하면 월급을 전액 지급하기도 했다. 인천을 제외한 3개 항만공사는 지난 5년간 경영평가에서 A,B등급을 받은 적이 없다. 부산항만공사는 2015년과 2016년, 울산항만공사는 2016년과 2017년 연속 D등급을 받기도 했다.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국민혈세로 급여잔치를 벌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예산지침을 보면, 2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정년을 1년 남기고 스스로 퇴직한 경우 명예퇴직 수당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울산항만공사는 1년11개월 일하다 그만둔 직원에게 1억298만 원의 명퇴금을 줬다. 인천항만공사는 7년6개월 근무한 직원에게 2억5000만 원의 명퇴금을 지급했다. 그런 명퇴금이 지금까지 인천 21억8572만 원(8명), 부산 13억4020만 원(14명), 울산 6억6107만 원(8명), 여수광양 6억4495만 원(7명)이다.

설립시기가 가장 이른 부산항만공사(2004년)를 비롯해 4개 공사 모두 역사가 20년 미만인 까닭에 20년 근속 직원이 없어 명퇴금 지급 대상이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직장의 근무경력을 인정해주는 방법으로 명퇴금을 지급했다. 요건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흔적이 역력하다. 게다가 부산항만공사는 ‘5년 이상 근속한 사람이 15일 이상 근무할 경우 봉급 전액을 지급’하도록 한 정부 지침을 거스르는 노사합의를 한 뒤 퇴직월의 근무일이 11일밖에 안 되는 2년 근무자에게 봉급 760만 원을 그대로 지급하기도 했다.

업무성과와 상관없이 재정을 소진하기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싶다. 부산·울산·경남의 핵심산업인 조선·해양 분야가 미증유의 위기에 빠졌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 항만 공기업들은 다른 나라 일인 듯 혈세 낭비에 여념이 없으니 개탄이 절로 나온다. 이 지경이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사치스럽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암담한 현실에 눈감은 극단적 이기주의 외에는 달리 규정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