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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 산악계 영원한 별이 된 김창호 대장 /이승렬

현존 세계 최고 등반가…사고 소식에 세계가 추모

부산 산악계 특별한 인연, 희망원정대 완등의 주역…신루트 개척 의지 큰 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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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8일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슬램’에 빛나던 박영석(1963~2011) 대장이 실종됐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 코리안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신동민(37) 강기석(33) 대원과 함께 협곡으로 추락한 것이다. 그는 7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국 산악계 최고 원로 중 한 명이자 1977년 에베레스트 원정대장이었던 김영도(94) 선생은 당시의 비통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산악인에게 위험과 도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므로 운명 앞에 늘 신중하고 조심하여 반드시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등반의 완성이다.” 또 그는 “산은 늘 거기에 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가도 된다. 그러나 생명은 하나다. 아니다 싶으면 돌아서라.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영도 선생이 박영석 이후 ‘주목할 만한 국내 산악인’으로 손꼽은 사람이 김창호(49)다. 그러나 그 역시 올해 가을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12일 밤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등반 도중 해발 3500m 베이스캠프에서 눈폭풍 산사태에 휩쓸려 동료 셰르파 등 8명과 함께 숨진 김창호 대장. 그는 대한민국을 넘어 현존하는 세계 최고 고산 등반가였다. 안타까운 사고 소식에 전 세계 산악인들이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부산 산악계가 기억하는 ‘산꾼 김창호’는 보다 특별하다. 인연의 끈은 2007년부터 시작된다. 부산산악연맹이 기획하고 부산시와 국제신문이 특별후원해 2006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다이내믹 부산 희망원정대’는 두 번째 대상 산인 K2 등반을 앞두고 있었다. 카라코람 히말라야 전문가를 찾고 있던 홍보성(61) 대장은 파키스탄 일대의 5000~7000m대 미답봉을 오르내리던 김창호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나온 그는 홍 대장이 소속된 부경대 산악부 OB 특별회원으로 입회함으로써 부산 산악인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이 인연이 돼 김창호는 부산희망원정대가 세계 단일팀 사상 최단기간으로 완등을 성공한 14좌 중 13좌를 함께했다. 그는 또 부산 산악인들이 후진 양성을 위해 결성한 부산산악포럼의 정회원으로도 열심히 활동했다. 해외 원정 등 불가피한 일이 없으면 늘 월 1회 열리는 포럼에 참석해 부산 산악 발전에 힘을 보탰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열 살 아래 후배이자 영원한 ‘자일 파트너’ 고(故) 서성호(1979~2013·부경대 산악부 OB) 대원과의 인연이다. 김창호는 희망원정대에서 서성호를 만난 후 13개 봉우리 중 11개를 함께 올랐다. 이후 둘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가까워졌다. 그가 2013년 5월 14좌 무산소 등정의 화룡점정이 될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파트너로 서성호를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남들이 가는 쉬운 길은 가지 않는다’는 신루트 개척 의지가 강했던 두 사람은 인도 벵골만의 해발 0m에서 출발, 보트와 자전거 등 비화석연료 이동장비와 두 다리만 사용한 대장정 끝에 5월 20일 마침내 지구의 용마루에 선다. 세계가 주목한 ‘From 0 to 8848’ 프로젝트를 보란 듯 성공시킨 것이다.

이로써 김창호는 통산 31번째 8000m급 14좌 완등의 위업을 이뤘다. 14개 봉 무산소 등반으로는 한국 및 아시아 최초이자, 라인홀트 메스너 이후 세계에서 14번째 기록이었다. 그러나 친동생보다 더 가까웠던 서성호는 하산길에 운명, 한 줌의 재로 귀국하고 말았다. 대기록을 쓰고도 공항 입국장에서 고개 숙여 울먹이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후 2014년 출범한 (사)서성호기념사업회 활동에 그가 발벗고 나섰음은 물론이다.이들의 우정과 팀워크가 얼마나 끈끈했던지 국내 산악계에서는 두 사람 이름 끝자를 따서 ‘쌍호(雙虎)’로 부르기도 했다.

그가 세계 산악역사에 세운 기록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 부산 산악계에 이바지한 업적이야말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멸의 등불로 빛날 것이다. 일본 작가 히노우에 야스시의 산악소설 ‘빙벽’에 주인공이 북알프스 빙벽 등반 도중 추락사한 친구를 위해 인용한 프랑스 산악인 로제 뒤플라의 시 ‘만약 어느 날’이 나온다. 산을 너무 좋아해서 영원히 산이 된 사람, 김창호 대장의 영전에 시의 일부를 바치며, 그의 명복을 빈다.

‘만약 어느 날 내가 산에서 죽게 되면 / 자일로 맺어진 오랜 친구인 자네에게 / 이 유언을 남겨 두겠네 / 우리 어머니를 만나서 전해주게 / 내가 행복하게 죽어갔다고// (중략) 그리고 나의 벗 자네한테도 부탁이 있네 / 내 피켈을 거두어주게 / 이 피켈이 치욕스럽게 썩는 걸 바라지 않네 / 등산로에서 멀리 떨어진/ 인적 없고 전망 좋은 비탈에 가져가서 / 오직 이 피켈만을 위하여 작은 돌무덤을 쌓고 / 그 위에 피켈을 꽂아주게 / 빙하를 비추는 아침 햇살에 빛나고 / 산마루 너머의 핏빛 석양을 받을 수 있도록 //’.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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