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소재로 한 외국 영화 가운데는 포로수용소가 배경인 작품이 꽤 많다. 웬만한 영화 애호라가면 ‘대탈주’나 ‘콰이강의 다리’를 떠올릴 법하다. 대탈주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사로잡힌 연합군 포로들의 탈출 시도와 좌절을 그린 영화다. 콰이강의 다리는 태국 밀림에 자리한 일본군의 포로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하는 영국군 포로들의 애환과 이들을 구하려는 특공대 활약을 화면에 담고 있다.

교전국들이 각각 포로수용소를 운영하는 것은 제네바 협약 때문이다. 1864년 시작돼 1949년까지 이어진 강대국 간 일련의 협상에서 큰 얼개가 짜여진 제네바 협약은 부상병이나 포로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로와 관련해서는 ‘비인도적 대우를 하지 않으며 적대행위가 끝나는 즉시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규정이 명문화돼 있다.

전쟁이 끝난 뒤 쓸모가 없어진 포로수용소는 대개 관광지로 활용된다. 베트남 하노이의 호아루 수용소도 그 중 하나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통치할 무렵 사상범을 구금하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대거 수용되면서 악명을 떨쳤다. 혹독한 고문과 강제 노역이 자행됐다. 하지만 종전 이후 관광지로 탈바꿈한 호아루 수용소에는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온다. 이는 비극이나 재난이 일어났던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가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인기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제 포로수용소가 이 같은 다크 투어리즘 명소다. 거제시는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1950년 11월 27일 북한군과 중공군을 억류하기 위해 세워진 이곳을 중심으로 유적공원까지 만들었다. 그 덕분에 이 포로수용소 터는 거제를 찾는 관광객이라는 꼭 한 번은 둘러봐야 할 장소가 됐다.

최근 통영시도 한산도의 부속 섬인 추봉도와 용호도에 남아 있는 포로수용소의 흔적을 활용한 관광지 조성에 들어갔다. 거제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섬에는 한국전쟁 당시 1만8000여 명의 포로가 분산수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시는 이들 유적지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판단 아래 경남도에 문화재 지정을 요청했다. 또 수용소 복원작업도 병행하기로 했다. 아픔의 흔적도 때로는 훌륭한 역사교육의 기능을 한다. 한산도 포로수용소가 다크 투어리즘의 좋은 활용사례가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