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산하 보건소들의 간호직 공무원 171명이 독감백신 등 의약품을 싸게 구매한 뒤 가족과 지인에게 유통시키거나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일부 공무원은 독감백신을 판매하기도 했다고 한다. 약사법 의료법 등 보건 관련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다. 이번에 적발된 인원이 시 전체 간호직 공무원의 30%를 넘는 데다, 이런 불법행위가 상습적으로 자행돼왔다니 자못 충격적이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은 반성과 사죄는 커녕 오히려 “오랜 관행”이라고 항변한다니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질타를 면키 어렵다.

경찰에 따르면 간호직 공무원들은 2013~2017년 시중 병원에서 3만~4만 원에 투약하는 독감·장티푸스 백신, 철분제, 금연보조제 등 의약품을 도매업체로부터 1만 원대에 구매했다. 또 그 의약품들을 의사 처방 없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투약했다. 보건당국 직원이라는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약품을 헐값에 사들인 뒤 스스럼없이 불법 유통·투약했다니, 공무원의 본분을 망각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독감이 창궐할 때마다 백신이 동나 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되풀이되곤 한다. 그런 시민의 곤란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것인가.

간호직 공무원들의 일탈도 심각하지만, 시와 구·군의 공무원 통제력 결핍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상식을 거스르는 불법행위가 이처럼 일상화돼 있는데도 어떻게 그동안 징계나 수사 의뢰는 물론 비위를 포착했다는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혹여 보건당국의 항변처럼 ‘오랜 관행’으로 인정하고 문제 삼지 않은 건 아닌지 하는 의혹도 든다. 간호직 공무원들이 불법 구매한 의약품을 동료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하니 그럴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에게 보건행정에 대한 신뢰를 기대한다는 건 무리다. 시와 구·군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자체 감사를 벌여 비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보건 적폐’로 규정하고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한다니, 복지부도 차제에 개혁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같은 사건이 적발된 데서 드러났듯이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