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등 전국을 무대로 수십억 원의 불법 전매차익을 챙긴 부동산 사범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청약통장 매수, 공문서 위조, 위장전입 등 거의 모든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연루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 구속된 주범 4명과 알선·위조책 등 조직원들뿐 아니라 단돈 수백만 원에 청약통장을 넘겨줬다가 범법자가 될 처지인 사람도 300명이 넘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들이 제도와 시스템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 정부의 잇단 규제 조치를 비웃었으니 기가 찰 지경이다.

이번에 부산경찰청에 적발된 ‘떴다방’ 조직 행태를 보면 그동안의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보여준다. 2015년께부터 청약시장에서 수백 대 1의 이상 과열 및 전매가격 급등세를 보이자 지역에서는 수백 개의 청약통장을 확보한 수도권 ‘떴다방’들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이번에 붙잡힌 일당은 실제로 서울에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갖고 있었다. 광고를 통해 통장을 모으고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공문서 위조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공문서 위조 수법의 집요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부양가족이 많아야 가산점수가 높아져 청약 당첨 가능성도 높아지는 점을 알고 중국 브로커까지 동원해 가족관계증명서, 진단서 등을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작고한 장인을 생존자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또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을 위해 쌍둥이 임신 진단서 위조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방법으로 당첨받은 아파트는 전국 101개 단지의 180채였고, 이 중 140채는 전매해 40억여 원을 챙겼다.

문제는 허술한 시스템이다. 청약 시 제출한 공문서는 가점 여부 확인에만 사용될 뿐, 진위를 가릴 공조수단은 없다. 전자공문서 통합시스템 도입이 요구되는 이유다. 동시에 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 세력의 발본색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신규 아파트 전매 차익 폭등은 인근 집값은 물론 전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유발하고 결국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번에 적발한 조직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각오로 나머지 조직 색출에도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