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KTX 조기 착공과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의 지방선거 후보자 시절 1호 공약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선거 기간 가장 먼저 밝힌 공약이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19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다음 날 경남도청을 방문해 예전 남부내륙철도로 불렸던 서부경남KTX를 국가 재정사업으로 임기 내 착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2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경남과 부산에서 민선시대 처음으로 지방정부 정권 교체를 이룬 두 수장은 취임 100일을 향해가고 있다. 이쯤에서 그들의 선거 1호 공약 진행 상황을 잠시 살펴보자.

우선 김 지사의 서부경남KTX는 정중동이지만 거침이 없다. 애초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와 민자사업을 위해 적격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사업을 김 지사는 재정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뿐 아니다. 재정사업을 하려면 거쳐야 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까지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한다. 서부경남KTX도 이미 한 차례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핵심 관계자가 예타 면제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 지사는 연내에 예타 면제를 확정짓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김 지사의 말처럼 재정사업으로 하면서 예타까지 면제되면 어마어마한 성과다. 이 사업에 나랏돈이 무려 5조3246억 원(추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예타 제도가 도입된 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 중 면제 사례는 4대강 사업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가 유행시켰던 “그 어려운 일을 해냈지 말입니다”란 대사가 김 지사에게 딱 들어맞는다. 김 지사는 서부경남KTX 사업을 직접 챙긴다. 정부 핵심 관계자들도 직접 만난다. 이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특별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오 시장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은 산 넘어 산이다. 공약 발표 때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만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이웃 경남·울산과 협의해야 하고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산을 넘어야 할지 쉽게 추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김해신공항 건설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권 신공항 검증위원회의 활동 결과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면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새로운 후보지를 찾아야 한다. 가덕도는 후보지 중 하나일 뿐이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다. 김해신공항 사업비가 5조9600억 원이다. 앞서 언급한 서부경남KTX의 사업비는 5조3000억 원 수준이다. 정확한 비교는 아니지만 어쨌든 6000억 원 차이가 나는 사업을 놓고 두 수장은 너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아직 취임 100일도 안 됐다. 현재 시점에서 두 명의 단체장 중 누가 잘하고 있는지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임기는 아직 4년 가까이 남았고 평가는 시기상조다. 다만 현재 드러난 상황만을 놓고 보면 두 단체장의 선거 1호 공약 행보는 대조적이다. 그게 각 단체장의 전략일지, 아니면 능력일지 재단하기 어렵다. 그건 앞으로 유권자가 판단할 몫이다.

사회2부 부장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