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평양을 방문한다. 남한 국가원수의 방북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씨를 뿌리는 작업이었다면, 문 대통령의 방북은 줄기와 가지를 키워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이다. 그 대업의 성패는 한반도 비핵화의 실천적 방안 마련 여부에 달렸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담판의 자리에 마주 앉는다. 그 자리는 사실상 배수진이나 다름없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을 타개할 방안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타개 방안은 미국의 ‘선 비핵화’ 주장과 북한의 ‘선 종전선언’ 요구나 둘을 맞바꾸는 추상적인 원칙을 뛰어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 비핵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미국 조야의 주류 여론을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미국 유력 언론들이 “북한 비핵화에 관해 모호한 합의를 뛰어넘는 실질적인 내용을 끌어냄으로써 북미 대화를 본궤도에 올려놔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북한의 핵 신고 약속→미국의 종전선언→핵 신고 이행’이나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종전선언 교환’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도 지금처럼 북미 간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 30년 간 북핵 갈등의 역사는 불신의 연속이었고, 그랬기에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한 가닥 희망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간 신뢰는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믿음이 낳은 게 이례적인 북미 대화의 끈이다.

문 대통령은 그 끈을 어떤 난관에도 끊어지지 않는 탄탄한 동아줄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군사적 적대 해소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탈냉전을 추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에 닿는다. 평화는 경제이자 한민족의 살길이다. 그 살길을 찾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다.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