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오늘로 출범 두 달을 맞았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거의 빈사 상태에 빠진 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그에게 안팎에서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간 극심했던 당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표면적으로 비대위 체제가 안정을 찾아간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이끌어야 할 김 위원장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뒤따른다.

김 위원장 체제의 가장 큰 과제가 당 쇄신 작업을 통한 인적 청산과 새로운 보수정당의 가치를 정립하는 데 있다는 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 또한 두 달 전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잘못된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와 싸우다 죽어서 거름이 되면 큰 영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당 내의 암적 존재와 같은 해묵은 계파 갈등을 청산하고 가치 중심의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이는 끝간 데 없는 한국당의 몰락을 지켜본 다수 국민의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는 이와 어긋났다. “사람을 자르는 게 절대 개혁이 아니다”면서 인적 청산보다는 당의 가치 재정립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진 탈당한 서청원 의원이나 지방선거 이후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 등을 제외하면 탄핵과 대선, 총선 참패 등의 책임을 지고 누구 하나 물러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당의 가치가 재정립 될 리 만무하다. 말로만 혁신을 외칠 뿐이지 과거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그의 말이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간 바닥을 보이던 한국당 지지율이 최근 다소 상승세를 나타내고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에 비해 좀처럼 높은 반등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를 한국당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노선에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보는 구태가 되풀이 돼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혁신은 거저 오지 않는다. 과감한 인적 청산 없이 눈 가리고 아웅해서야 결코 변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