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저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올려다봅니다. 몸가짐을 경건히 하며 시인 윤동주의 자세와 마음으로 별을 우러릅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는’ 그 별을 하나씩 하나씩 헤아려봅니다. 이내 제 두 손에는 별빛이 그득그득 담겨 쨍그랑거릴 겁니다. 별을 헤아리다 잠이 든다 해도 제 꿈속까지 별이 반짝반짝 제 이름으로 찾아들 것입니다.

지난여름 불볕이 쏟아지던 밤하늘은 차마 고개 들어 별을 보기가 두려웠습니다. 아니 죄스러웠습니다. ‘그리운 별’마저 열대야에 모두 녹아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이젠 시인 동주처럼 ‘아무 걱정도 없이’ 모든 별을 모두 헤아릴 듯합니다. 바야흐로 하늘에도 땅에도 가을이 와 별의 안부를 묻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별과 운명적인 인연을 가집니다. 태어난 날의 별자리가 있고, 그 별자리 운세가 사람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려줍니다. 저 하늘에 내 별자리가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아득히 먼, 밤하늘의 별이 저와 닿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물병자리, 양자리, 황소자리. 그런 별자리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 우리가 그 별자리에 왔습니까. 죽으면 그 별자리로 돌아갑니까. 사람도 별입니까. 별을 보는 일, 별에 대해 상상하는 일, 모든 것이 별 헤아리는 밤의 노래가 되고 시가 됩니다.

당신은 일생 동안 몇 번의 별을 만났습니까. 고개를 들면 스치는 밤하늘 별이 아니라, 별이 살아 있다는 벅찬 감동에 영혼과 몸이 전율하는 아뜩한 황홀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요. 북간도에 계신 어머니를 위해 윤동주가 시를 쓴 그 밤처럼, 별에 사무쳐 잠들지 못한 밤이 있는지요. 그러다 결국 소리 죽여 울었던 새벽이 있는지요.

시 속에 유난히 별을 많이 등장시키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별을 만났습니다. 별이 저에게, 제가 별에게 말을 걸며 서로 오가는 순간순간 얼마나 황홀해졌는지 모릅니다. 제가 별이었다가, 별이 저였다가 결국 하늘의 문을 열고 유성우처럼 함께 쏟아졌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문학청년 시절, ‘벚꽃’의 도시 진해에서 ‘가고파’의 바다 마산까지 버스로 통학을 했습니다. 상업고등학교 가난한 학생이었던 저는 그 만원버스 안에서 시를 외웠습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등의 시와 같이 등교를 하고 같이 하교했습니다. 그 무렵의 저는 시인이 되기를 열망했습니다.

어느 날 산 위 정류소에 내려 낙엽을 밟고 산 아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시간 내 고향 하늘의 별과 처음 인사하던 날의 설렘을 잊지 못합니다. 전기가 들어오면서 잃어버린 별이 모두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낙엽 위에 누워 별과 인사했습니다. 저는 별을 잃어버렸는데 별을 저를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여 시인을 꿈꾼다는 것은 별을 꿈꾼다는 말과 같다는 걸 알았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통영 먼 바다 작은 섬 소매물도에서 있었습니다. 새벽에 별 보러 나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빨갛고 노란별을 보았습니다. 뛰어다니는 별을 보았습니다. 어깨동무를 하고 다니는 별을 보았습니다. 밤하늘에 별은 모두 살아 있었습니다. 제 경험을 일행들은 그저 시인의 비유로 보았지만 그때부터 나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가 사실이라 믿었습니다.

세 번째는 제가 시를 줍는 은현리에서 보았습니다. 은밀하게 숨어 별을 보는 장소를 ‘은현리 천문학교’로 이름 붙이고 별을 보던 때입니다. 저는 돌에 새긴 별자리 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을 만났습니다. 신라의 별자리까지 다보여 제 마음에 새겨 놓곤 했습니다.

현대는 별을 잃어버린 시대입니다. 별로 불을 밝히던 시대는 가고 전깃불을 그 자리에 밝혀두었습니다. 그 빛에 눈이 먼 사람들은 별을 보지 못합니다. 불을 꺼야 별이 보입니다. 진실은 별이 보여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전깃불 아래서 어떤 시가 어떤 노래가 나오겠습니까. 별을 향해 깜깜한 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진실한 지도를 읽지 못합니다.

2019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이 어제(14일) 오후 7시로 끝이 났습니다. 자신의 별을 향해 그들의 행진이 시작됐습니다. 고민은 하되 절망은 하지 마십시오. 구름에 가리어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밤하늘에 별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구름 뒤 하늘에 별은 빛나고 있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별을 향해 걸어가십시오. 청춘의 누구나 별이 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아셔야 합니다. 별은 스스로 빛날 때 별의 이름이 주어집니다. 지금 당신은 스스로 빛나고 있습니까? 항성은 빛나는 별이고 행성은 사라지는 별입니다. 지금 어둡다 해도 걷고 또 걷는다면 당신은 분명 빛나는 별을 만날 것입니다.

시인·경남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