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인권유린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사법부의 판단을 다시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3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이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권고했다. 비상상고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법령위반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이를 바로 잡아달라며 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제도다. 문 총장이 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을 수용해 비상상고를 청구하면 형제복지원 재판이 열렸던 1987년 이후 31년 만에 법원의 사건 심리가 재차 이뤄지게 된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실태가 너무 참혹해 ‘한국판 홀로코스트’라고 불릴 정도다. 부산 사상구에 위치했던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매년 3000명가량의 무연고 장애인과 고아, 심지어 일반 시민까지 부랑인 선도라는 명목으로 수용한 뒤 끔찍한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형제복지원이 자체 집계한 사망자만 해도 551명이나 됐다. 일부 시신은 암매장됐고 유족 동의없이 의과대학 해부 실습용으로 팔려나가기도 했다.

그런데도 1987년 특수감금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인근 원장은 횡령 사실만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의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대법원은 감금 행위에 대해서는 당시 부랑인의 수용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른 것이어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에 검찰개혁위는 무죄 판결 근거가 된 이 훈령에 위법·위헌성이 있다며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만약 대법원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과거 판결이 법령해석을 잘못한 결과라고 판단하면 특수감금이 불법이었다는 점이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이럴 경우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길이 열리게 된다. 더 나아가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과 국가 배상을 핵심으로 하는 관련 법 제정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피해자들은 법 통과를 요구하며 일년 가까이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검찰개혁위의 비상상고 권고가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져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