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오늘 개성공단에서 역사적인 개소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남북에서 파견한 수십 명씩의 당국자가 상주하며 24시간, 365일 상호 연락 가능한 소통 채널이 가동된다. 남북 관계 전반에 걸친 24시간 소통시대가 휴전 이후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남북 관계의 질적 도약을 이룰 중요한 토대가 마련된 점이 뜻깊다.

이번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는 남북 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책임 있는 상시 협의채널이 제도화됐다는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우선 소통채널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 고무적이다. 판문점 직통전화나 군사 통신선 등 기존 채널은 관계가 조금만 악화되면 끊어지는 등 불안정성을 노출해왔다. 기능도 단순 메시지 전달에 그쳤다. 하지만 연락사무소는 수십 명이 매일 얼굴을 맞대고 교섭 및 연락, 당국 간 회담과 협의, 민간교류 지원, 왕래인원 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향후 위상 강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부는 관계 진전 여부에 따라 공동연락사무소를 서울·평양 상호대표부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선 조기 안착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양측의 연락사무소장 역할이 중요하다. 차관급인 소장은 남북의 책임 연락관이자 교섭과 협상대표 기능을 병행한다. 주 1회 정례회의를 열고, 필요 시 쌍방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도 직접 전달한다니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비록 오늘 개소식으로 남북 관계사에 굵은 획이 그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과속은 금물이다. 특히 비핵화 갈등 해결을 위해 한미가 긴밀하게 공조하고 보조를 맞추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인 만큼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진전과 남북 관계 발전이 별개일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오히려 북미 간 비핵화 실타래를 푸는 데 공동연락사무소가 나름의 중재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부디 남북의 지혜로운 운영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통로이자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