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대항전인 2018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가 최근 개막했다. 지난 6일 인구 390만 명의 조지아가 1800만 명이 넘는 카자흐스탄을 2-0으로 물리친 게 흥미롭다. 지난 8일에는 인구 14억의 중국이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역시 축구는 인구순이 아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기적’을 일으킨 아이슬란드도 인구가 33만 명에 불과하다. 혹독한 기후 탓에 야외 운동을 하기가 어려운 아이슬란드는 1990년대부터 실내 경기장을 대규모로 건설했다. 청소년의 약물 남용과 흡연·알코올 중독률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스포츠 인구가 증가하면서 생활체육 저변도 확대됐다. 아이슬란드에 축구전문 지도자만 600명이 넘는다. 인구 550명당 1명꼴이다. 축구장도 270개에 달한다.

인구 570만 명의 덴마크와 980만 명의 스웨덴 역시 축구 강호다. 덴마크는 역대 월드컵에서 4차례나 16강에 진출했다. 스웨덴은 준우승 1차례(1958년)와 3위 2차례(1950년·1994년)를 했다. 두 나라도 유소년 시절부터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생활체육 인프라를 갖춘 게 강호로 성장한 비결이다. 엘리트 체육강국이자 인구 1위인 중국이 유독 축구에 약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 출전한 부산 선수단 환영식이 지난 10일 부산시장실에서 열렸다. 태극전사들은 24년 만에 일본에 종합성적 2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 체육의 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적극적인 투자의 결실이다. 1960년대부터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집중하던 일본은 2013년 9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2020 도쿄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자 생활체육 기반에 엘리트체육까지 육성하는 투트랙 정책으로 전환해 성과를 냈다.

다른 선진국 체육 행정도 일본과 비슷하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전문체육과 생활체육단체가 우리나라처럼 통합돼 운영 중이다. 독일은 아마추어 클럽 활동만 잘해도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학교가 엘리트 선수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국가대표 출신이 다시 생활체육 지도자로 복귀해 후진을 양성하는 문화도 정착돼 있다. 이런 문화는 은퇴선수의 일자리 문제 해결은 물론 생활체육의 수준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미국은 스포츠 단체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미국대학체육협회(NCAA)와 미국고교체육연맹(NFHS)은 서로 따로 놀기 쉬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NCAA는 실력과 상관없이 4.0 만점에 2.0 이상의 학점을 받지 못하는 선수는 출전시키지 않는다. 고교 성적이 나빠도 대학 진학이 어렵다. NCAA가 정한 이러한 규칙은 NFHS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학생 선수에 대한 NCAA와 NFH의 철저한 학사관리는 미국 체육정책이 국제대회 금메달보다 ‘스포츠를 통한 건전한 시민 양성’에 맞춰져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최근 AG 해단식 기자회견에서 “현재 우리는 전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서 있다. 스포츠클럽에서 국가대표가 배출되는 선진국형 시스템이 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 스포츠 정책과 병행해야 할 과제가 바로 ‘스포츠 복지’ 시스템 구축이다. 점차 다양해져 가는 소비자의 패턴과 니즈를 반영해, 보고(See) 직접 체험하는(Do) 스포츠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도시로 나아가는 방향이다.

정부가 내년 동네 체육관이나 도서관 같은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대에 9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지난해 집에서 공공체육시설에 가려면 평균 13.8분이 걸렸다. 당장 내년에 국민체육센터가 160곳으로 늘어나면 10분 안에 체육시설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머지않아 우리 동네 체육관에서 클럽 활동을 하던 선수가 국제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