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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산하기관 수장 인사, 창원 시장에게 배우자 /이흥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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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12 18:48:0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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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밀린 건강검진을 받으러 한 병원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연말까지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겨우 자리를 잡고 순서를 기다리다 우연히 낯익은 사람을 발견했다. 김해영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휴대전화로 한참 동안 통화하더니 구석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그를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반갑게 인사하며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도 며칠 안 남은 연말까지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고, 그래서 홀로 병원을 찾아 접수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무실 직원을 통해 예약이라도 해놓지 않았느냐고 하니 개인적인 일을 어떻게 부탁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왕이면 지역구 내 병원을 이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농을 던지자 고교 시절부터 다니던 병원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병원을 나서기 전 병원장에게 김 의원 얘기를 귀띔했다. 평소 지역에서 발이 아주 넓은 그 원장도 김 의원이 자기 병원을 오래전부터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신선했다. 국민의 공복이지만 실제로는 온갖 특혜와 갑질의 대명사로 낙인찍힌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서 그는 분명 ‘별종’이다. ‘흙수저 변호사’ 출신으로 40대 초선인 김 의원은 지난달 25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20대 국회 전반기 부산 의원 중 본업인 법안 대표 발의 수가 두 번째로 많은 그가 줄곧 역설해온 ‘청년 정치’를 당에서 실현, 구태의연한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시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그리 녹록지 않다. 범위를 좁혀 새 정치의 척도가 되는 인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촛불 혁명에 힘입어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출범 이후 지금까지 340개 공공기관에 임명된 1651명의 임원 중 365명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했다는 자료가 최근 공개됐다. 전문성과 공공성이 우선시돼야 할 공공기관 수장 자리에 캠코더 인사들이 출범 이후 거의 하루에 한 명씩 낙하산으로 내려꽂히자 ‘신적폐’라는 비아냥이 들린다.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 듯싶다. 밝혀둔다. 필자는 비록 캠코더 측근이라 해도 해당 분야 전문가라면 큰 문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홍준표 전 대표의 잇단 자살골 발언이 일으킨 ‘바람’ 덕분에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의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이제 산하 공기업의 수장 인사가 눈앞에 다가왔다.

부산 울산 경남도 일부 예외가 있지만 산하 공기업 기관장들에게 일괄사표를 받고 홈페이지에 대표와 임원 공모 범위를 확정해 공지했다. 부산 울산의 경우 공모 내지 주주총회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지만 사실상 단체장이 임명하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는 게 지역 정관계에서 들리는 얘기다.

공기업 수장의 낙하산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부산은 특정 산하기관의 수장 자리에 벌써 전직 관료 출신의 이름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내년도 국비 확보 우려에도 부임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기획재정부 출신의 경제부시장을 원대복귀시키고 조례를 바꿔가며 시 교통건설국장 출신의 측근을 그 자리에 앉힌 울산은 아예 노골적이다. 송철호 시장은 공기업 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을 요구하는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거부해 논공행상 차원의 보은 인사를 예고했다. 이 정부의 실세답게 지난 지방선거 때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를 치러 상대적으로 ‘빚’이 거의 없는 데다 산하기관 수장의 인사청문회를 시의회에 먼저 제의한 경남도는 그나마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돼 가장 관심이 쏠린다. 하나, 그 또한 정치인 출신이라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긴 한다.

산하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부울경 광역단체장에게 기초단체장인 허성무 창원시장의 시도를 본받았으면 한다. 그는 시장 선거 당선 직후 창원의 미래를 위해 정파와 관계없이 역량이 되면 누구라도 산하기관에 탕평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창원산업진흥원 원장과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 채용 때 지원자가 각각 14명, 17명이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전국을 대상으로 재공모하기로 했다. 수장 공석이 장기화해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그의 고집스러우면서도 신선한 시도에 멀리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회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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