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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문화도시와 시민 참여 /윤정국

허왕후신행길축제, 시민 스스로 만드는 참여 공연예술의 장

관광객 발길 붙잡는 금빛 문화도시 밑거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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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11 19:04:14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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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장마 같은 비가 잠시 멈춘 지난 1일 오후 경남 김해에는 색다른 축제가 열렸다. 시민의종 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허왕후신행길축제 개막식에 연예인이나 전문 예술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무대에 올랐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일반부와 청소년부 10개 퍼레이드팀이 열띤 퍼레이드 경연을 펼쳤다.

이날 ‘퍼레이드 경연대회’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혼례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무대였다. 2000년 전 서기 48년에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은 1만 ㎞의 험난한 바닷길을 건너 금관가야 김해에 도착했다. 김수로왕과 혼례를 치른 다음 왕궁으로 향하는 여정(퍼레이드)을 축하하기 위해 이날 참가팀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무대를 선보였다. 응원단 복장을 한 유치원생들의 깜찍하고 발랄한 율동, ‘라라랜드’를 패러디한 중고생들의 빼어난 춤, 아시아 이주여성들의 우쿨렐레 연주와 아리랑 노래, 주부 무용수들의 우아한 춤사위와 무인들의 힘찬 택견 무예, 레이저 빛을 이용한 화려한 댄스 등의 퍼포먼스는 혼례 축하라는 단일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일본의 간다마츠리처럼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진행돼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참가팀들은 3개월여 동안 작품을 구상하고 무대소품을 만들며 폭염 가운데서도 연습하느라 땀방울을 흘렸다.

연예인이나 전문예술가에 비해 완성도는 떨어지겠지만 참가자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관람객은 내 가족과 내 이웃이 출연하는 무대를 즐길 수 있어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시민들의 이러한 참여와 열정은 앞으로 문화도시를 만들어나가는 데에도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많은 도시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지정하는 문화도시에 선정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다. 문화도시추진단을 꾸리고 연구용역을 발주하는가 하면 실행 로드맵을 작성하는 등 분주하다. 문화도시는 시민이 공감하고 즐기는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도시브랜드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체계를 갖춘 법정도시를 이른다. 각 도시는 문체부에 사업계획서를 내고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2020년부터 5년 동안 200억 원까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정도면 지역의 도시가 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문화도시로 발전하는 데 충분한 인센티브여서 매력적인 제도다.

우리나라 문화도시 지정 제도는 유럽의 문화수도 지정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통합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1985년부터 매년 문화수도를 선정해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문화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해오고 있다. 당시 영화배우 출신의 그리스 문화부 장관 멜리나 메르쿠리의 제안으로 시행된 이 제도는 1985년 첫해 아테네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레이우아르던·프리스란트(네덜란드)와 발레타(몰타) 두 도시가 선정돼 많은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돼 유럽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도시 선정기준에 ‘시민이 참여하는 유럽 만들기’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가 30년 이상 지속되면서 뿌리 내리고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시민 참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김해문화재단은 이번 허왕후신행길축제에서 퍼레이드 경연 대회를 시민참여형 행사로 진행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시민참여예술’을 모토로 내걸고 시민극단 생활문화동아리 글로벗합창단 등의 문화프로그램을 펼쳐왔다. 올해 초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시민 제안사업으로 ‘공공기획 프로젝트’와 ‘가야 프린지’를 개최한 바 있다. 시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한 공공기획 프로젝트는 팀당 100만 원 이하의 적은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됐다. 캄보디아 태국 한국의 전통춤을 서로 배우며 아시아 이주민과 한국 선주민이 서로 어울리는 ‘춤추며 놀아요’, 할머니들이 일일요리사가 되어 음식을 만들어 동네사람들과 나눠먹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할머니 미슐랭’ 등 생활 속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사업이 펼쳐졌다. ‘가야 프린지’ 역시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개최한 시민주도형 축제로 지난 7월 초 장유 만남교 일대에서 인근 젊은 부부들과 어린이들이 많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려 주민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제 축제와 공연 등 문화의 주체는 바로 ‘나’와 ‘우리’가 되는 문화민주주의 시대다. 문화도시도 ‘나’와 ‘우리’, 즉 시민이 다함께 직접 만들어 나가는 그 무엇이다. 문화도시 지정 제도가 주민의 참여와 열정을 이끌어낼 수 없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모든 도시가 ‘문체부 지정 문화도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게 된 지자체가 ‘시민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문화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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