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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 위한 원자력 안전 규제의 개혁이 시급하다 /황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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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09 19:09:39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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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경종처럼 북반구에 최악의 혹서가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로 한때 전기의 100%까지 공급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이산화탄소(CO₂) 감축에 실패했다고 때마침 자인했다. 미세먼지가 유럽 최고 수준인 독일은 환경 지표에서 프랑스 핀란드 등 유럽 주요 원전 국가보다 뒤처지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 실패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세계 제1, 2차 대전을 일으켰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나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키고 통일까지 이룬 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2위 일본의 배에 가깝고 우리나라의 네 배나 벌어들인다. 유럽의 최강국인 독일이 자랑하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을 알고, 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독일에 4차 산업혁명이 먼저 불어 닥치면서 공장마다 수많은 로봇이 작동하면서 이들은 전기 먹는 하마가 됐다. 노동 집약적이던 제조산업이 전기 집약적 산업으로 옮겨간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독일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료 상승분을 기업에 면제하고 가정에는 전가했다. 가정용 전기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됐고, 매년 30만 가구가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정책이 독일의 그토록 중시하던 경제와 사회 통합에 암초로 등장했다.

필자는 독일 원자력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아 탈원전 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원자력의 지속을 호소했으나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해 에너지전환이란 강경책이 선택됐다. 결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부족 때문에 대국민 에너지정책 설득은 실패했다. 높은 전기료와 환경 피해는 저소득층과 국민 전체에게 돌아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험도 정부 신뢰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영국은 북해의 가스 생산이 급락하자 환경학과 생태학 분야 석학이 에너지 미래를 심층 분석했고, 원자력 발전이 최고의 환경보호 대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민 공론화에 성공해 원전을 다시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프랑스도 독일처럼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에 불신이 팽배했다. 원전 안전에 관한 불신은 기술이 아니라 안전 규제에 대한 불신이므로 투명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한 국회가 전면에 나섰다. 원자력정보투명성법을 제정해 정부의 원자력사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했다. 이 법으로 30여 원자력 집중 지역에는 지역정보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모든 정보를 받아 투명하게 검증함으로써 신뢰를 되찾았다.
상명하복식 유럽 대륙의 원자력 안전규제 제도는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이 제도는 정부 중심의 결정으로 사업 추진 효율성이 높지만 정보 공개에는 후진적이다. 투명하지 못한 정책 결정은 불신을 야기해 조그만 사고만 나도 불안을 조장한다. 영미법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끝장 토론을 보장하므로 영국 미국 캐나다는 원전사고를 겪고도 국민 신뢰를 지키고 있다. 프랑스 국회는 원자력 안전 규제에 영미식 투명성법을 접목해 신뢰를 되찾았다.

지난 20여 년간 유럽의 녹색에너지실험 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미래 에너지 방향은 명확해졌다. 원자력을 주력으로 하고 재생에너지와 화력을 보조로 가야 한다. 원자력 연료인 우라늄과 토륨의 경우 육지와 바다에 깔린 양을 합하면 인류가 1000만 년 이상 쓸 수 있는 규모이다. 반면 가스는 50년 수명의 징검다리 에너지다.

이를 위해 안전 규제 과정을 국민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이로써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정치권과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안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안전정보공개법이 우리나라에도 만들어졌으나 상명하복식 안전 규제의 틀 속에 법만 있고 이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안전 규제에 정치를 배제한 과학기술만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륙법의 로마는 400년 전에 갈릴레오의 지동설을 이해하지 못한 채 탄압으로 일관하며 천동설을 고집하다가 역사의 내리막길을 걷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대륙법에 영미식의 과학적 검증 방식을 접목한 프랑스의 투명성 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에너지 안보와 환경 보호를 위한 올바른 에너지 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부산 울산 경남에서 시작되기를 기원한다.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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