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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이젠 멈춰야 할 때 /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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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07 20:11:0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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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 20여 년 전, 뉴질랜드에 여행을 갔을 때 나는 그것을 제대로 알았다. 그때 우리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빨리빨리’ 정신으로 한창 발전 중이었고, 많은 국민이 중산층이라는 긍지 속에서 더 잘살고 싶어 아등거릴 때였다.

북섬에서 남섬으로 이동해 밀포드사운드로 가는 길은 원시림 속이었다. 제법 긴 구간에 터널은 단 한 개뿐이었다. 1300m 길이였다.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화강 암반을 20년 동안이나 뚫었다고 했다. 일차선이어서 교행은 불가능했다. 먼저 진입한 차가 다 빠져나올 때까지 반대편에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는 나무가 넘어져도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 치우지 않았다. 자연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가장 자연에 가깝게’였다. 숲의 생태환경에 해로운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 국립공원의 트레킹 인원도 하루 50명으로 제한했다. 전국 산에 사람이 넘쳐나는 우리의 사정을 생각하면 의아한 일이지만 그 원칙은 지금도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그 노력으로 지금도 뉴질랜드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내게도 그곳은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남아 있다. 그처럼 자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는 자연을 더욱 풍요하게 만들고,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물한다.

지난 8월, 제주도는 수십 년 동안 잘 자란 비자림 숲길 일부를 베여 냈다. 공사 중 반대 여론에 부딪혀 멈추었고 생태도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허겁지겁 발표했지만 이미 베여 나간 나무들의 빈자리를 메울 방법은 없을 것이다.

비자림은 단일 수종으로는 보기 드물게 면적이 넓고 깊은 숲이다. 그 숲에 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삼나무들의 당당한 자태에 불현듯 가슴이 벅찰 때도 있다. 어쩜 그리도 늠름하게 잘 자라 아름다운 숲을 이루었는지 참 대견했다. 그래서 2002년에는 비자림숲길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었다.

그 이름난 숲을 베어버린 이유는 관광객 증가로 인한 교통 상황의 악화다. 관광철마다 차들이 들이닥치니 주민들의 생활이 불편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수십 년 자란 나무를 천 그루 가까이나 뎅겅 잘라버리고 4차선 도로를 만들어 쌩쌩 달릴 계획을 세우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입으로는 자연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것을 힘써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을 그저 이용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죽음이 바로 눈앞인데 꿀맛에 취한 설화 속의 죄인처럼 눈앞의 이익에 늘 급급하다.

얼마 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맞닥뜨린 경남 산청 근처의 산 사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도 그렇다. 산의 나무를 허옇게 베어내고 만든 태양광 설비는 건물의 옥상이나 지붕에 설치된 것과 다르게 위험해 보였다. 흉물스럽기 비할 데가 없었다. 녹음이 푸르디푸른 여름, 울창하게 자라던 나무가 베여 나간 자리는 섬뜩했다. 설사 그것이 에너지를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해도 나무를 베어낸 빈자리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게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자연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의 산야는 근시안적인 목적에 의해 마구 파헤쳐진다.

그나마 비자림 숲길 공사가 그 정도에서 중단된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더는 훼손시키지 말고 부디 이 모습이나마 그대로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자연림이 아니라서 베어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는 모양이지만 작은 묘목이 자라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햇살과 바람과 빗방울이 그를 어루만졌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자란 인공림이 세월 지나면 결국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옛말에 ‘자연과 가까워지면 병과 멀어지고 자연과 멀어지면 병과 가까워진다’고 했다. 건강한 몸과 정신은 건강한 환경에서 나온다. 그 일등공신이 자연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 속에 있을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없이 편안해진다. 휴가철이면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떠나는 것도 결국 원형 복구의 무의식적인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이토록 갖가지 병의 징후가 넘치는 것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자연과 점점 더 멀어지는 탓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눈앞의 이익을 위해 한쪽에서는 심고, 한쪽에서는 베어 내는 이 어리석은 반복행위를 이젠 멈춰야 하지 않을까. 어리석은 자는 일이 끝나서야 한다. 그리스의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말을 되새겨볼 때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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