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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약팀 잠재력 깨우기의 달인 박항서 /김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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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06 18: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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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는 동남아의 약체였다. 박항서 감독이 23세 이하(U-23)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인 지난해 10월까지. 베트남을 ‘변방’으로 보던 시선이 이제 많이 사라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라는 숫자 역시 별 의미가 없다. 누구도 베트남을 얕잡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박 감독의 ‘매직’ 효과다.

   
베트남은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일 폐막한 아시안게임에선 당당히 4강에 진출했다. 예선에서는 일본을 꺾고 3전 전승을 거뒀다. 16강 바레인전과 8강 시리아전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대기록도 썼다. 2002 한일월드컵 때 ‘히딩크 열풍’에 버금가는 ‘박항서 열풍’이 베트남을 강타한 건 당연했다.

박 감독은 어떤 리더십으로 짧은 기간에 베트남을 변화시켰을까.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도전은 성공과 실패로 나뉜다. 도전을 해봐야 성공이 있고 실패도 있다. 도전하면서 많은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박 감독은 2000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 땅을 밟기 전인 1994년 국가대표 트레이너로 일한 베테랑이다. 준비된 지도자다. 그가 베트남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기본’이다. 후반전만 되면 골골대는 베트남 선수들을 위해 식단부터 호텔급으로 바꿨다. 쌀국수 대신 우유를 마시게 하고 연어나 스테이크를 섭취하게 했다. 히딩크로부터 전수한 극기훈련 프로젝트도 도입했다. 야간에는 신체 밸런스 유지를 위한 코어 훈련과 맞춤형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베트남 선수들은 체력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지에 도달했다.

두 번째로 박 감독은 목표와 비전을 공유했다. 고된 훈련에 불만을 표시하는 선수들에게 “나와 동료만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 뛰자. 우리가 입고 있는 유니폼·신발과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국민의 피땀이다. 훈련을 게을리하는 행위는 조국을 배신하는 것과 같다”고 설득했다. 그의 진정성에 감화를 받은 선수들은 체력은 물론 정신력 무장까지 했다.

박 감독이 U-23 챔피언 결승전 직후 선수들에게 한 말은 베트남 사회에 큰 감동을 안겼다. 박 감독은 우승을 놓쳐 실망한 선수들에게 “고개 숙이지 마라.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베트남 축구의 전설이다”며 오히려 사기를 북돋웠다. 그가 왼쪽 가슴의 국기 마크를 두드리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기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하는 장면은 베트남 국민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트남 고교 논술시험에 출제될 정도였다고 한다.

리더는 실적으로 말한다. 지난해 10월, 그가 베트남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여론은 싸늘했다. 그들에게 박항서는 히딩크를 보좌한 ‘2인자’에 불과했다. 게다가 박 감독은 당시 3부 리그에 해당하는 창원시청 감독이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프로구단을 거쳐 3부 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적합하느냐는 비판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도, 베트남 국민도 몰랐던 사실이 있다. 국내 모든 축구 감독을 통틀어 박 감독의 승률은 68%로 1위였다. 사실 박 감독은 부진한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우린 그를 ‘히딩크의 코치’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그가 감독을 맡은 팀은 늘 놀라운 성적을 냈다. 선수들의 장점을 끌어올리고 단점을 극복하도록 돕는 리더였던 것이다. 이런 그의 장점은 베트남 선수들의 잠재된 능력을 깨우는 데 발휘되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던 베트남의 젊은 선수들이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가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들은 이제 신화를 써 내려 가는 중이다.
   
세상에 뛰어난 사람은 참으로 많다. 반면 다른 사람의 잠재 역량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도록 돕는 리더는 많지 않다. 진정으로 빛나는 사람은 이런 리더가 아닐까.

부산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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