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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DNA 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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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감식법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1984년 영국 레스터대학의 생화학자 앨릭 제프리스 교수다. 유전자 본체인 DNA의 구성을 X선 필름으로 연구하던 중 개인마다 손가락 지문처럼 고유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냈다. 신원 확인 등 법의학 분야에 유용하다고 느낀 그는 특허를 따낸 뒤 이듬해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관련 논문을 실었다. 영국 이민성 당국에서 이 기법을 최초로 사용한 이래 범죄사건 수사 쪽으로도 퍼져나갔다.

이 감식법에 의한 범인 식별은 1987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판례로 첫 인용됐다. 그러자 캐나다와 유럽, 일본 등이 잇따라 적용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에는 1992년 도입됐는데, 충주호 유람선 화재침몰(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참사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 등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일제 위안부로 끌려가 캄보디아에서 살던 ‘훈’ 할머니가 55년 만인 1997년 귀국해 혈육과 극적으로 상봉할 수 있었던 것도 유전자 감식 덕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전자 감식은 오차가 1억 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염색체 샘플만 있으면 신원을 거의 100% 가려내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DNA 표본 채취는 범인 추적이나 증거 확보 등에 필수 요소가 됐다. 근래에는 범죄현장의 물품 등에 남겨진 DNA를 검사해 범인의 연령과 행동방식 등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의 기량이 급상승한 배경에도 유전자 특성 분석을 통한 맞춤형 훈련이 있었다고 한다.

어제 헌법재판소가 DNA 채취와 관련한 결정을 내렸다. 영장발부 과정에서 DNA 채취 대상자가 법원에 의견을 진술하거나 불복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현행 법(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위헌이라는 내용이다. 대상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다.
이 법은 아동 성폭행 사건인 ‘조두순 사건’ 이후 흉악범과 강력범죄의 재범 방지를 위한 DNA 자료 관리 목적으로 2010년 7월 시행됐다. 하지만 노동쟁의와 집회시위 사범 등에 대해서도 채취가 적용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 왔다. 일정 대상자에 대한 DNA 채취가 필요하다고 해도, 무분별하고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건 인권 침해와 공권력 남용이란 소리를 들을 만하다. 위헌 조항을 개선하는 법 개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하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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