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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진실 /이경식

미, 선 비핵화 회귀…협상 교착 불가피

상호주의 견지만이 평화체제 구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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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간의 비핵화 협상 갈등이 진실게임으로 번졌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곧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서명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하면서다. ‘복스’의 보도는 진실일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숱한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우리는 정말로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4·27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한다’는 6·12 공동성명 문구다. 판문점선언에는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한다’고 명시돼 있다. 6·12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 우리 모두 전쟁이 끝날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고, 실제 곧 끝날 것”이라고 했던 그의 발언은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종전선언 약속의 진실성을 입증하는 증거와 정황들을 의식해서일까. 백악관은 ‘복스’의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문제를 키우느니 침묵하는 게 낫다는 속셈이 읽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6·12 회담 전까지 미국과 ‘벼랑 끝 대립’을 불사했던 북한이 아닌가. 지난 7월 3차 방북 때 빈손으로 돌아갔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이미 합의한 종전선언까지 이런저런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미룬 채 핵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쏘아붙였던 판이니 더 조심스러웠을 게다.
종전선언 약속은 진실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더 큰 진실은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입장 표변이다. 미국은 당초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을 주장하다 6·12 공동성명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의 동시 추구로 선회했다. 종전 입장을 뒤집는 파격적인 결단이었다. 북핵 문제의 본질을 북미 적대관계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는 데서 비핵화의 동력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6·12 회담 후 미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입장으로 회귀했다. 5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 극과 극을 오간 널뛰기였다. 2015년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다섯 강대국이 보증하는 가운데 체결했던 이란 핵합의를 미국이 지난 5월 전격 파기한 것과 겹쳐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입장 표변은 일방주의적 비핵화 방식에서 기인했다. 종전선언 약속 위반 의혹을 낳은 진실의 뿌리다. 선 비핵화의 리비아 방식은 이미 오래전 비합리성이 드러났다. 선 비핵화 이후 정권이 붕괴되면서 최고지도자까지 피살된 리비아의 전철을 누가 밟으려 하겠는가. 6·12 회담 전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인물인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 방식을 북한 비핵화 모델로 내세운데 대해 북한이 강력히 반발했던 건 그런 까닭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주장을 철회한 뒤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동시에 단계적으로 주고받는 ‘행동 대 행동’ 방식의 타당성을 수긍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변화였다.

‘행동 대 행동’ 방식은 국제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통용되는 협상의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상식선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살펴 보자.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핵폐기(FFVD)’라는 비핵화 목표를 제시하며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이 핵물질과 핵시설, 핵무기를 신고·폐기·검증하길 바란다. 폼페이오 장관은 6∼8주 이내에 전체 핵탄두의 60∼70%를 넘기라고 북한에 요구했다고도 한다. 종전선언은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는 평화협정처럼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해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 반면, 핵탄두는 인계되면 되돌릴 수 없다. 또 상응하는 체제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채 핵 신고가 진행될 경우 선제타격 대상이 될 우려가 크다. 이런 문제점은 미국의 유력 언론들도 지적했다. 상호주의가 아닌 일방주의를 고집해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시각이다. ‘일방주의’ 뿌리에서 ‘입장 표변’ 줄기가 자라 ‘종전선언 약속 위반 의혹’ 열매를 맺은 셈이다. 공전 내지 퇴보가 불가피한 비핵화 협상의 생태계다.

오는 5일 방북할 남한 특사단의 임무는 자명하다. 원만한 비핵화 협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인식을 공유하는 한편 합리적인 ‘비핵화·체제보장 시간표’를 짜는 일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한다면, 북한 역시 일방주의에 치우쳐선 안 된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북한의 양보가 시간표에 반드시 담겨야 한다. 그래야만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대업을 이룰 수 있다. 이달 말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세 나라나 중국까지 가세한 네 나라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하고 이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게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진실이다.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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