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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주장의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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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은 튀지 않는 성격을 가진 선수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일로는 시합 중에 흥분을 잘 하지 않았다. 경기장 밖에서는 동료와 팬들에게 아주 예의가 바르고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생활 관리도 잘해 유명 선수에게 으레 따라붙기 마련인 이런저런 소문조차 거의 없었다.

   
이런 박지성이었기에 그가 2008년 10월 UAE(아랍에미레이트)와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을 앞두고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되자 축구계와 팬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실력과 인품은 인정하지만 대표팀을 통솔하기에는 ‘대가 약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박지성은 이전 주장들의 전매특허였던 권위를 내던지는 대신 앞장서서 운동장을 누볐고 팀을 위해 헌신하면서 이 같은 걱정을 날려 버렸다. 그는 지금도 ‘참 훌륭했던 대표팀 주장’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에서는 손흥민이 박지성의 역할을 해냈다. 그는 지난 1일 열린 결승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2-1로 꺾고 금메달을 딸 때까지 많은 경기를 치르는 내내 대표팀의 중심이었다. 어린 후배들이 힘들어하면 먼저 다가가 위로했고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졌을 때는 선수들을 한데 모은 뒤 단호한 어조로 질책했다. 세계 최고라는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였음에도 ‘수준 낮은’ 아시안게임에서 죽을 힘을 다해 뛰는 모습을 보여줬다.

축구와 같은 단체 경기에서는 주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주장의 통솔력 여하에 따라 경기 결과가 뒤집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이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와 월드컵 출전 등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성실성을 믿고 그에게 주장이란 중책을 맡겼다. 그리고 손흥민은 김 감독의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특혜를 받게 됐다. 만약 축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 대신 군대를 가겠다는 글들이 인터넷에서 큰 호응을 얻을 만큼 손흥민의 향후 거취는 축구팬들의 큰 관심사였다. 그는 이달 7일과 11일로 예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A매치 두 경기를 치른 뒤 홀가분한 마음을 갖고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한다. 축구팬들은 그가 보여주었던 ‘솔선수범하는 주장’의 모습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듯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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