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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전도유망했던 그녀 이야기 /하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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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매사에 똑 부러졌다. 대학 시절 학점도 최상위권이었고, 졸업 후엔 대학원에 진학해 새로운 길을 혼자 척척 헤쳐나갔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직장에 취직했다. 결혼도 순탄했다. 늦지 않은 시기에 전문직 남편을 만나 누구나 선호하는 주거지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아이 둘을 낳으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많은 아이가 그렇듯이 그 친구의 아이도 아침마다 회사 가는 엄마와 눈물의 실랑이를 벌였고, 친구는 그런 아이가 눈에 밟혀 결국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차 할부금과 집 담보대출에 발목 잡혀 십수 년 동안 ‘사표 던지는 상상만 하고 있는’ 내가 보기엔, 더없이 부러운 삶이었다.

한 달쯤 전. 그 친구를 거의 1년 만에 만났다. 그날 만난 친구들은 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니 당연히 대화는 전쟁 같은 육아로 흘러갔다. ‘다시 태어나면 결혼도 하지 말자’며 폭풍 수다를 하던 중 그 친구가 정말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큰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두고 혼자 나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단다. 늦은 밤, 아파트 창문 밖 네온사인을 볼 때면 뛰어내리고 싶을 때도 있다고 했다. 수근거림이 싫어, 우리 아이만 따돌림 당할까 봐 두려워 동네 아줌마들과 교류는 하지만 가식적인 만남 같아 도망가고 싶다고 했다. 회사라는 핑계가 있는 내가 너무 부럽다고도 했다.

전도유망하던 여성이 출산을 계기로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된 사례는 지금껏 숱하게 봤다. 대학 졸업 후 다시 해외에서 학·석사를 취득한 친구는 지금 세 아이의 엄마로 전업 주부가 되었다. 공부보다 아이 키우는 게 쉽다며, 그런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니 기억이 안 난다며 웃는 그 친구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 자신의 경력과 학력이 못내 아까웠으리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보고서 ‘저출산 대책평가Ⅴ-가족·양육’을 보면 2015년 기준 자녀를 출산한 여성 근로자의 6%는 분만 후 3개월 이내에, 13%는 분만 후 12개월 내에 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상실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또 무더기로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면 자기 자신 대신 아이를 택한 엄마는 이보다 더 많을 테다.
아이러니컬한 건 생활이 여유롭고, 고학력임에도 경력단절의 길로 접어드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다. 유의미한 통계로 확인해본 적은 없지만 아빠 혼자서 벌어도 먹고사는 데 크게 지장 없을 때 엄마는 회사를 포기하고 아이를 택한다. 사실 내 주변 사람들의 사례를 일반화할 순 없다. 그러나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흔한 30,40대 엄마들의 삶의 패턴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전도유망하던 여성이 경단녀가 되는 건 사회로서도 큰 손실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답은 다른 친구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들 셋 엄마이지만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 친구는, 육아 스트레스를 덜 받는, 타고난 낙천주의자이기도 하지만 육아휴직을 비교적 여유롭게 쓸 수 있는 공기업 직원이다. 두 살 터울로 아이 셋을 낳으면서 잠시를 제외하곤 이 기간 내내 육아휴직을 했다. 그리고 막내가 어느 정도 크자 회사에 복귀했다. 직장어린이집이 있어 셋을 다 데리고 출근을 한단다. 물론 처음엔 너무 힘들어 부산에 있는 친정엄마를 소환했다지만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사회1부 차장 songya@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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