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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하석주는 왜 차범근 감독을 피해 다녔을까 /송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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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30 18:41:12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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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기 전에 잘하지.” 독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 3차전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은 순간. 한 방송사 해설위원 A 씨가 농담처럼 한 말이다. 과부 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다. 알 만한 선배가 할 농담은 아닌 듯싶었다. 웃어 넘길 일도 아니었다. “욕먹기 전에 잘하지”라는 말 속에 “욕먹으니까 잘하네”라는 고약한 뉘앙스가 풍긴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러시아월드컵 중계방송에서 부적절한 언어 사용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는데 A 씨의 단어 선택은 못내 아쉽다.
   
국가대표 선발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렵고 힘들다. 축구는 더욱 그렇다. 올해 대한축구협회 등록 선수는 11만8565명이다. K리그1(1부리그·442명)과 K리그2(2부리그·369명)의 선수는 811명이다. 외국인 선수 69명을 제외하면 순수 토종은 742명에 불과하다. K리그에서 뛰려면 최소 0.63% 안에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날고 긴다는 프로선수 중 국가대표(24명)에 선발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1만 명 중 2명만 선발된다는 의미이다. 2018 전국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은 총 59만3527명이었다. 수시·정시를 포함해 S대 합격생은 3181명으로 전체의 0.54%다. 천운이 없으면 천재도 낙방한다는 S대 의과대학 합격생은 135명으로 0.02%다. 축구 국가대표 선발이 S대 의대 합격만큼 힘겨운 셈이다.

스포츠심리학에 ‘관중효과’라는 말이 있다. 관중이 많으면 신나서 잘하는 선수와 반대로 주눅이 드는 선수가 있다. 국가대표는 관중이 많아야 힘이 난다. 우리의 축구 현실은 힘 날 구석이 별로 없다. 국내 프로축구 경기장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거의 텅 비어 있다. ‘조용한’ 경기에 길든 일부 선수는 관중석이 꽉 찬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낯설다고 한다. 여기에 자칫 실수라도 한번 하면 팬들의 비난과 조롱까지 더해져 몸은 점점 오그라든다. 일부 팬은 특정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고 청원까지 올리는 세상이다. 보통 승부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린다. 종이 한 장 차이의 다른 말은 ‘자신감’ 아닐까. 강심장이라도 쏟아지는 비난을 무시하고 소신껏 기량을 펼치기란 쉽지 않다. 분통이 터져도 시합 중에는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평가는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큰 실수를 한 선수는 누가 손가락질하지 않아도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 최근 국가대표 출신인 하석주가 방송에서 “내 실수 때문에 1998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에서 패했다. 너무 죄송해 당시 차범근 감독님을 20년간 피해 다녔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얼마나 가슴 시리고 힘들었을지 생각만 해도 먹먹하다. 이처럼 실수한 선수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건 상처에 소금 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가대표라고 덮어 놓고 응원하자는 뜻은 아니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을 때는 회초리가 아니라 소금물에 절인 몽둥이를 들어야 한다. 반면 기술이나 전술적인 면에서 잘못했을 때는 오히려 격려하는 게 맞다.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서 독일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이재성이 최근 인터뷰에서 ‘독일의 축구 열기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2부리그 경기에 1만4200여 명이 찾았다고 한다.

   
이훤 시인은 ‘8월’이란 시에서 “8월은 사랑에 빠진 게 틀림없다. 사랑하지 않고서 이리 뜨거울 수가 없다”고 했다. 우리 국민도 축구와 사랑에 빠진 게 틀림없다. 축구를 사랑하지 않고선 이리 매섭게 비난할 리가 없다. 지금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한국 남자 축구는 결승전에서 일본과 대결한다. 선수들을 뜨겁게 사랑한다면, 꽃으로도 때리지 말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자.

동서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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