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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인텔’과 ‘용산’의 걱정스러운 데자뷔 /정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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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9 19:48:1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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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다시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주기’를 만들며 상승해 왔다. 예를 들면 1에서 100까지 올랐다 해도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엄청난 변동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찬찬히 보면 수많은 ‘비극’이 발견되곤 한다.

지난 7월 말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주인 ‘페이스북’의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주가는 하루에 19%나 빠졌는데 시가총액은 6299억 달러에서 5102억 달러로 약 1200억 달러(약 134조 원)나 증발했다.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에 1000억 달러 이상 시가총액이 감소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직전까지 시가총액 폭감의 기록은 누가 갖고 있었을까. 바로 인텔이다. 2000년 9월 인텔 주가는 하루에 22% 폭락해 약 91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최근 이 페이스북 주가 급락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로 인텔과의 ‘데자뷔’ 가능성 때문이다. 2000년 상반기까지 무섭도록 폭등했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인텔 주가 폭락 이후 수직 낙하를 시작한다. 바로 그 유명한 ‘나스닥 버블(거품) 붕괴’였다. 이런 끔찍한 경험을 해봤기에 지금 많은 투자 전문가는 긴장 모드에 돌입해 있다. 2000년엔 인터넷 세상에 대한 ‘거품’이었다면 이번엔 SNS 사업 모델과 4차산업혁명, AI(인공지능), 전기자율주행차 등 신성장동력에 대한 과도한 ‘장밋빛 전망’이 우려의 대상이다.

과거 역사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주가는 현실을 너무 앞서, 너무 부풀려 반영한다는 것이다. 가령, 2000년 새롬기술은 무선전화기술인 ‘다이얼 패드’를 통해 주가가 액면가 대비 640배가 올랐지만 결국 소리 없이 사라졌다. 물론 이 기술은 결국 상용화됐다. 하지만 우리가 ‘보이스 톡’으로 자유롭게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기까지는 이후 10년이 더 걸렸다.

2006년 여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엄청났다. 최근 2년 넘게 부동산이 달아올랐다고 하지만 ‘열기’로만 보면 2006년과는 비교가 안 된다. 물론 가격상승 절대치와 속도는 이번이 훨씬 크다. 가령 2006년엔 강남 20평형대 아파트가 5억 원 후반까지 올랐는데, 2003년 초만 해도 2억6000만 원 정도였으니 두 배가 되는데 3년 정도가 걸렸다. 반면, 이번엔 강남 30평형 아파트가 18억 원에서 29억까지 오르는데 채 2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앞서 주식시장에서 ‘인텔 데자뷔’가 있다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선 ‘용산 데자뷔’가 존재한다. 2006년에도 서울 부동산을 관통했던 테마가 바로 용산 개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그랬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택이 몇억 원씩 폭등한 모양새가 마치 올 7월 중순~8월 중순 용산 아파트 가격 움직임과 너무 비슷하다. 일단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계획을 전면 보류했지만 열기가 바로 가라앉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지금 ‘용산 데자뷔’가 몹시도 걱정되는 진짜 이유는 그다음에 펼쳐진 흐름 때문이다. 2007년까지 버티던 부동산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난 취재기자 시절 12억 원까지 갔던 용산의 A 아파트가 2009년 경매시장에서 7억8000만 원에 낙찰되는 걸 직접 확인했다. 외적 변수도 유사한 흐름이다. 미국은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정책도 ‘러시아 스캔들’과 ‘무역전쟁’에 갇혀 실망 랠리로 바뀔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이다. 2006년 우리 가계부채는 600조 원대였지만, 2018년엔 1500조 원이다. 불행히도 이 기간 우리 가계의 소득과 자산은 2배 이상 늘지 않았으니 다가올 금리 인상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애플에 투자한 해외주식 투자자에게 차익 실현을 할 것을 권했더니 돌아온 말은 “워런 버핏이 선택한 종목을 왜 팔아요? 이제 겨우 30% 먹었어요”였다. 처음으로 집을 사서 2년이 지난 시점에 이미 3억 원 넘는 집값 상승 중인 후배에게 “3억, 정말 큰돈이야. 아이도 없고 양도세 없으니 파는 거 어때?”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선배, 지금 팔면 서울에 다시는 집 못 사요”였다.

모두 맞는 말일 수 있다. 끝까지 버티면 멋진 해피 엔딩을 맞을 것도 같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산은 상승과 하락의, 급등과 급락의, 폭등과 폭락의 주기를 만든다는 사실은 꼭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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