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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평당 1억’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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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소월은 애잔하고 결 고은 서정시만 쓴 게 아니다. 일제의 수탈에 집과 땅을 빼앗긴 울분을 새긴 저항시도 썼다. 1925년 발표한 시집 ‘진달래꽃’에 실린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보습 대일 땅이 있다면’이라는 시가 그 하나다. ‘나는 꿈 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즐거이, 꿈 가운데//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후략)’. 친구들과 땀 흘리며 일할 수 있는 땅을 갖고 싶다는 시인의 간절한 소망이 처연하다.

   
그 소망은 구전가요로도 불려졌다.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울 어머니 살아 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콩도 심고 팥도 심고 고구마도 심으련만/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땅은 어디에’. 1980년대 대학가에서 만들어져 유통된 민중가요집에 실렸던 이 노래는 가진 것이라곤 야윈 몸 하나뿐인 노동자·농민의 신산한 처지를 대변했다. 도시에 나와 공장 일을 하는 자식은 늦은 밤 퇴근길에 소작살이를 면치 못하는 고향의 부모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럴 때면 거리의 불빛은 눈물에 젖어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흐려지곤 했다.
그들은 집과 땅을 장만하는 소망을 이뤘을까. 모르긴 해도, 아마 상당수는 실현하지 못했을 것 같다. 2015년 11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1936만8000가구 중 44.6%에 달하는 863만5000가구가 무주택이어서다. 부동산 양극화 현상도 심하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상위 10%의 평균 주택자산가액은 7억4300만 원으로, 하위 10%(2200만 원)의 33.8배나 된다. 이런 실태를 감안하면, ‘소작농→도시 세입자’의 빈곤 구조에 갇혀 사는 소작농의 후예가 적지 않을 터이다.

문제는 부동산 양극화 정도가 끝없이 커져간다는 점이다. 마침내 서울에 평당 1억 원짜리 아파트가 탄생했다. 주변 아파트들도 평당 9000만 원을 웃돌아 머잖아 ‘1억 원 단지’가 형성될 전망이라고 한다. 정부의 느슨한 보유세 정책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이 낳은 결과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지방의 유휴자금이 서울로 몰린다니, 지방분권 확대를 공약한 정부가 되레 지방분권을 거스르고 있는 셈이다. 서글픈 진실은 무주택 서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건 바로 정부라는 거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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