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포스트 노회찬, 정의당만의 몫일까

구태 정치 바꿔야 한다는 고인 추모 열기와 달리 거대 양당 변화는 요원

그의 빈자리 메우는 건 그를 기리는 모두의 몫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지만, 그가 없는 자리가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하긴 고작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의 죽음이 여전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니 난 자리를 비교하는 것조차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가 아니더라도 어느 죽음이든 상실감이 큰 주변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일 수도 있다. 다만, 어김없이 이런저런 공방이 이어진 지난 한 달간의 우리 정치판을 보면서 그가 살아있었다면 또 어떤 촌철살인을 날렸을지 새삼 아쉬워지는 건 사실이다. 이처럼 조금씩 그의 난 자리는 커 보일 게 분명하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지난달 23일 고 노회찬 의원이 비극적 선택을 하며 정의당에 남긴 마지막 당부다. 그로부터 한 달 여. 정의당은 가까스로 슬픔을 추스르고 그의 유지를 잇기 위한 각종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추모사업은 가칭 ‘노회찬 재단’의 설립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노회찬’을 발굴하고, 그의 진보정치 뜻을 이어갈 수 있는 정치학교 형태 운영이 거론되고 있다. 작게는 ‘제2, 제3의 노회찬’을 키우려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인이 생전에 꿈꾼 정치 정신을 확산시키려는 목적이다.

당의 간판과도 같은 동료를 황망하게 잃은 정의당으로서는 당연한 움직임이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엄청난 추모 열기로도 모자라 당 지지율 상승이라는 그의 마지막 선물까지 받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당의 몫이다. 동시에 지금의 지지와 성원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무거운 책임도 떠안았다. 고인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스타 진보 정치인의 명맥을 이어가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어깨가 무겁겠지만 이 모두가 고인이 남긴 뜻이라 생각하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

그의 죽음 이후 벌어진 이른바 ‘노회찬 현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정치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각계각층의 갈망이 고스란히 반영된 까닭이다. 작게는 그의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겠다. 온갖 갈등으로 삭막한 정치판에 해학과 유머 섞인 그의 촌철살인은 작은 숨통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노회찬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캐릭터는 더 나은 정치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사람 좋은 웃음과 촌철살인 뒤에 그가 꿈꾼 세상은 분명했다. 약자와 서민을 위한 정치, 특권 없는 정치가 그것이고 국민적 추모 열기의 지향점도 여기에 닿아 있다.
이 같은 추모 분위기에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많은 정치인이 고인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추모의 말들을 쏟아냈다. 비록 당과 이념은 달라도 그가 남긴 족적을 따르겠다는 뜻일 터이다. 그의 죽음이 정치권에 던진 의미를 생각해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였을까. 지난 한 달간 여야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역시나 고인의 죽음 앞에서 내뱉은 말들은 한낱 레토릭에 불과했다.

국회 특권을 없애기 위한 특수활동비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모습이 그랬다. 국회 특활비 폐지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발의한 법이기도 했다. 국회는 여론에 떼밀려 개선 방침을 밝혔지만 몇 차례나 꼼수를 부렸다. 결국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의장단 몫 등 극히 일부만 남기고 특활비를 마지 못해 없앴다. 고인의 오랜 숙원이었던 승자독식 구조의 선거제를 개편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임에도 미적거리고, 자유한국당 또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거대당의 횡포가 계속되는 한 고인이 원했던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그나마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계기인 정치자금법 개정 문제는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 만큼은 참으로 발 빠르다. 그러나 그가 목숨까지 내던지며 얻고 싶었던 게 과연 정치자금법 개정이었을까. 자신은 비록 정치자금법의 족쇄에 얽매여 이렇게 사라지지만 이를 포함한 후진적인 우리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진정한 소망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노회찬’은 결코 정의당만의 몫이 아니다. ‘포스트 노회찬’은 ‘제2, 제3의 노회찬’을 키우는 것을 넘어 그가 이루려 했던 정치판이고, 세상이다.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이긴 해도 거대 양당에게서 이런 의지는 없어 보인다. 늘 그래왔듯 화려한 정치적 수사만 남기고 고인을 잊을 것이다. 그러나 뜨거웠던 국민적 추모 열기마저 세월과 함께 허망하게 식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런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수천만의 노회찬으로 살겠다’는 한 달 전 약속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의 난 자리를 메우는 건 결국 그를 기리는 모두의 몫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기장 드림볼파크-월드컵빌리지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진양호에 2430억 투입…레저·힐링·문화공간으로 바꾼다
  2. 2온천천축제로 변질된 금정산성축제
  3. 3소통과 확장…새 길 찾는 부산문화
  4. 4부시, 손수 그린 ‘노무현 초상화’ 들고 봉하 온다
  5. 5실뱀장어 잡겠다고…낙동강 하구 ‘위험천만’ 불법 조업
  6. 6힐스테이트 명륜 2차, 명륜 1호선 초역세권에 첨단 주거시설…‘힐스테이트 타운’이 선다
  7. 7국제신문 홈페이지 확 바뀝니다
  8. 8환율 1200원 코앞…수출 반등 호재냐, 원화 경쟁력 악재냐
  9. 9노래방서 만취한 경찰간부 여자화장실 훔쳐보다 덜미
  10. 10내년 500조 넘는 ‘슈퍼예산’…정부, 적자에 빚잔치 우려
  1. 1文 “5·18 맞아 광주시민께 너무 미안”
  2. 2광주 찾은 황교안, 시민들 항의 몸싸움
  3. 3정부, 개성 기업인 방북승인
  4. 4盧 서거 10주기 앞둔 부산, 추모열기
  5. 5문 대통령, 취임 3년 첫 靑비서관 인사
  6. 6트럼프 내달 하순 방한…동맹강화 논의
  7. 7"리비아 피랍 60대 315일 만에 석방"
  8. 8바른미래당, 투톱 손학규-오신환 정면충돌
  9. 9집권 3년차 첫 靑비서진 개편…'분위기' 쇄신·'성과' 도출 의지
  10. 10김현아 의원, ‘文 대통령 한센병’ 비유 결국 사과
  1. 1환율 1200원 코앞…수출 반등 호재냐, 원화 경쟁력 악재냐
  2. 2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북항재개발 수혜 ‘미니 신도시’…매축지마을 랜드마크 단지로 급부상
  3. 3 세무당국 주택취득자금 출처조사 강화
  4. 4힐스테이트 명륜 2차, 명륜 1호선 초역세권에 첨단 주거시설…‘힐스테이트 타운’이 선다
  5. 5미국, 자동차 관세 6개월 연기…추후 한국산은 면제 전망도
  6. 6동래 행복주택 내달 입주자 모집…모든 가구 에어컨·가스쿡탑 설치
  7. 7부산 제로페이 가맹점 1만 곳 목표로 뛴다
  8. 8내년 500조 넘는 ‘슈퍼예산’…정부, 적자에 빚잔치 우려
  9. 9제조·스마트기술 융합 국제기계전 22일 개막
  10. 10기아차, 부산에 국내 첫 전기차 전용 정비장 설치
  1. 1여경 ‘무능’ 논란에 풀영상 공개
  2. 22019 다이아몬드브리지 걷기 축제
  3. 3경찰간부 여성화장실 훔쳐보다 덜미
  4. 4조현병 남성 부산 편의점서 흉기 난동
  5. 5부산 분식집 여주인 살해 60대 검거
  6. 6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서 불
  7. 7'아내 폭행치사' 유승현 전 의장 구속
  8. 8기상청 “전국날씨 비소식”
  9. 9전동 킥보드 11살 어린이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 검거
  10. 10대림동 여경 논란… “치안조무사” “무능” VS “무전 지원요청” “제압에 도움”
  1. 1권아솔 인스타에 쏟아지는 비판
  2. 2최동원 동상 밟고 사진 찍은 부산대 사과
  3. 3맨시티, FA컵 우승…트레블 달성
  4. 4김기태 KIA감독 자진 사퇴
  5. 5‘21골’ 호날두 VS ‘22골’ 자파타 대결
  6. 6빙속여제 이상화 SNS로 은퇴소감 전해
  7. 72019 여자 월드컵 나설 23인 확정
  8. 8‘창 VS 방패’ 잉글랜드·네덜란드 네이션스리그 준결승 나설 소집 명단 공개
  9. 9진민섭,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 2위…5m20
  10. 10 도스 안요스 연패 탈출인가? 케빈 리 웰터급 티이틀 합류일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나는 느린 도시가 좋다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기고 [전체보기]
세계가 주목한 대만의 건보 개혁 /천스중(陳時中)
한·베트남 경제공동체를 검토해야 /허문구
기자수첩 [전체보기]
꼼수 내놓기 급급한 코스트코 /박동필
이상한 ‘국가균형발전’ /김영록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진흙 속의 진주 국악
느린 호흡의 의미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네이버가 노리는 것 /정옥재
부산 과거에서 미래를 찾다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손과 옷
입조심 매뉴얼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익산 팸투어의 감흥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밀면과 부산의 여름
기장멸치식해와 엔초비
사설 [전체보기]
국가하천 승격 수영강, 자연재해 예방 제대로 정비를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북미대화 촉진 계기돼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상대빈곤율 17.4%가 의미하는 것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누구나 독대를 꿈꾸는 명화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이홍 칼럼 [전체보기]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조현병 범죄 해법의 딜레마
암운 드리운 도보다리 회담 1주년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젊음과 신록의 계절 5월
라일락의 계절 4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숙취
호날두와 마데이라 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개 짖는 소리에 세상을 알다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