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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공원의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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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영어 단어 ‘park(파크)’에는 애초 공공성이 내포돼 있지 않았다. 그 어원이 ‘수목을 가꾸고 가축을 기를 수 있도록 울타리를 친다’는 뜻에서 비롯된 까닭이다. 옥스퍼드 사전에서도 park의 원래 의미는 ‘사냥하기 위한 동물들을 가둬둘 목적으로 왕실에 의해 부여된 토지’였다. 파크는 사방이 둘러싸여 야생 사냥터나 숲과는 구별되었다. 지배권력자의 전용 놀이·휴식 공간이었던 셈이다.

   
그 유래는 고대 도시국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3000~1500년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중국 등에서 도시문명이 이뤄질 때 지배자들은 정원, 과수원, 사냥터, 손님 접대 등의 용도로 인위적 자연공간을 만들었다. 기원전 275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리아 왕은 심지어 도시의 3분의 1 정도가 과수원으로 꾸며진 곳을 방문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중국 황제들도 거대한 공원을 가졌는데, 원(苑)은 황실의 사냥놀이터였다고 한다.

왕실의 파크가 진정한 공원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시민·산업혁명 이후. 런던 도심의 하이드 파크가 대표적이다. 애초 왕실 사냥터로 지어졌다가 19세기 초 대중에 개방됐다. 시민을 위한 도시공원이 공공기관에 의해 계획·건설된 시기는 19세기 중엽으로, 뉴욕의 세계적 공원인 센트럴 파크가 효시 격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 공간 확대, 그로 인한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커지면서 16~19세기 서구에서는 도시공원 조성 바람이 유행처럼 번졌다.

국내 도시공원 일몰제(2020년 7월 발효)로 사라지는 공원 면적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최소 91억여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시계획시설의 공원 지정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큰 281㎢ 의 재해 예방과 수량 공급, 탄소배출 비용 등의 손실을 추산한 것. 미세먼지 제거 관련 설치비용 560억 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 건강·정서 향상과 도시숲 효과 등 도시공원의 유무형적 기능을 모두 감안하면 그 가치를 금액으로 따지기는 힘들지 싶다.
일몰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국내 도시공원 면적은 거의 반 토막 날지 모른다. 해당 지역의 대부분이 사유지여서 난개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민 1인당 생활권 내 도시숲 면적이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이나 선진국 도시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구온난화 속에 도시공원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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