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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불공평한 질환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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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6 18:43:3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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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5명 넘게 낳은 여성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런데 아이를 셋 이상 낳은 여성이 하나만 낳은 여성과 비교할 때 치매 위험률이 낮았다는 결과도 있다.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치매 위험이 컸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여성의 초경과 폐경 시기를 기준으로 그 기간이 치매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있다. 초경에서 완경의 기간이 길면 위험하다든가, 반대로 짧으면 더 위험하다는 결과도 있다.

치매 환자가 70만에 육박한 가운데 환자 10명 중 7명은 여성노인이라고 한다. 결과야 어떻든 일생의 호르몬 환경이 여성을 치매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명백하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더 치매에 취약하다. 치매의 가장 큰 원인은 사실 노화다. 치매환자가 특히 여성노인이 많은 이유를 남성에 비해 여성이 오래 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치매가 노화에 따른 비교적 자연스러운 증상이라 할지라도 남녀에게 공평한 질환은 아닌 것 같다. 나약한 원인이야 이뿐이겠냐만 치매의 원인이 노화든 호르몬이든 여성에게만 특별히 치명적인 것으로 수렴하는 건 마찬가지다. 노화도 호르몬도 의지와 선택으로 결정되는 요소가 아니다. 그럼에도 약하거나 무력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사회는 마치 노력하지 않은 결과처럼 무능하게 취급한다. 약자에 대한 이해는 권력자에게 불필요한 의욕이다. 여성을 위한,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으니 여성노인을 위한 나라가 있을 리 만무하다.

노인의 인지기능, 예컨대 기억력이나 어휘력과 같은 인지능력에 관한 연구는 활발하다. 노년기의 인지기능 영향과 회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인지능력 저하가 치매의 강력한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노인의 인지기능 저하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하지만 수술 경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늙음이 주는 한계는 여러 외과수술을 불가피하게 하지만 노인은 젊은 사람들과 달리 회복이 더디거나 어렵다. 신체적인 건강 회복에도 한계가 있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인지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 나빠지기 십상이다.

최근에 노인의 수술 전후 인지능력을 추적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측정은 수술 전, 수술 일주일 후, 수술 3개월 후로 살펴보았다. 인지능력 회복 패턴이 남녀 간에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성노인 집단은 수술 일주일 후에 인지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약한 신체적 한계가 수술 직후의 회복을 어렵게 한 것이다. 그러나 수술 3개월 뒤 측정에서는 놀랍도록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수술 전의 능력으로 회복하거나 오히려 더 좋아졌다. 수술이라는 사건이 인지능력에 타격을 주지만 시간을 두고 회복해내는 역량을 보인 것이다. 반면에 남성노인 집단의 인지능력 변화는 여성노인과 판이했다. 수술 전에 비해 수술 일주일 후에, 수술 일주일 후에 비해 수술 3개월 후에 인지능력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수술 3개월 뒤의 인지능력은 수술 전보다 너무 많이 떨어져 회복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수준이었으며 치매 정밀진단검사를 의뢰해야 하는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인지능력을 회복하는 노인들은 병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그에 따른 노력, 예컨대 가벼운 운동이나 친목 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고된다. 수술 후 인지능력에 따른 예후는 질환을 겪어내는 태도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노인의 건강과 행복 유지는 가족을 비롯한 주변과의 소통에 달렸음에도 남성노인은 사회활동에 소극적이고 소통에 대한 중요도를 폄하했다. 연구 대상이었던 남성노인 대부분은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건강에 대해 일관되게 과신했다. 반면 여성노인은 대체로 불안해했다. 불안한 이유는 건강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 악화로 인한 주변에 끼칠 심리적 부담을 걱정해서였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낫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고 실제로 뛰어난 회복력을 보였다.

세상이 인정하는 유능함이란 무엇이어야 할까. 불통과 아집은 노년의 건강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원하는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도 아니다. 이는 유능한 것도, 우월한 것도, 건강한 것도 아니다. 세상이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다. 발전된 과학기술이 어떤 사람에게 그 힘을 발휘할지 두고 볼 일이다. 유능의 증명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인지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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