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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소설과 음악이 만나면 /이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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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6 18:42:5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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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 표기된 ‘입추’를 보고도 이번 더위가 쉬 사라지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자 산골 집에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언제인가부터는 거짓말처럼 새벽이 되면 추워서 전기장판을 켜고 자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일찌감치 시골로 들어온 덕분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번 여름은 해도 해도 너무 더웠다. 내 생애 처음 맞은 뜨거운 여름은 아무리 이곳이 물 맑고 골 깊은 청정지역 ‘산청’이라 해도 날 지치게 했고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폭염 속에서 기억으로 존재하던 어떤 한 남자를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그와 마지막으로 만난 건 십여 년 전, 몇 년의 고투 끝에 내가 지방의 모 신문사 신춘문예에 막 당선이 되고 나서 얼마 후였다. 부산, 서면 쪽의 한 카페에 만난 그는 대뜸 내게 두툼한 원고 세 권을 내밀었다. 그동안 자신이 습작한 소설이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호프집을 말아먹고 그 인근에서 주차장 임대사업을 하고 있었다. 생활인으로서 그의 표정은 암울했고 몹시 바빠 보여 우리는 그 흔한 술자리를 갖지 못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의 원고를 대략 읽어보았으나 당시에는 시대적으로 맞는 작품이 아니라 판단하여 끝까지 읽어보진 않았다. 그 후, 시간이 좀 지났다. 어느 날에 그는 내게 전화로 자신의 원고를 다 읽어봤느냐고 딱 한 번 물었다. 당시 첫 소설집을 준비하고 있었던 나는 더불어 직장과 교회 일로 너무 바빴다. 그래도 그의 질문에 나는 “물론, 잘 읽었어. 좋은 작품이야”라고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대답 대신 “솔직히 다 읽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망한 그의 호흡이 내게 전해져왔다.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그로부터 다시 몇 년이 흘렀다. 내가 직장에서 진급이 되어 서울로 발령이 나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을 데리고 그녀가 원하던 시골로 가버렸다. 졸지에 주말부부가 된 나는 매주 금요일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고향인 부산으로 가지 못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산청의 시골집으로 가야 했다. 그 와중에 터미널 입구에서 대학 후배를 만났는데, 녀석에게서 그의 소식을 들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서면의 주차장 일마저 그만뒀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자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문득 그가 내게 건네준 원고가 생각났다. 그날 밤 나는 부랴부랴 시골집에 내려가서 몇 시간을 뒤진 끝에 채 풀지 못한 이삿짐에서 그의 원고 세 권을 찾아내어 읽고 또 읽었다.

시골로 완전히 들어온 후 육 년이 지난 한 달 반 전쯤이었다. 그날도 몹시 더워 인근 개울 근처에 가려 할 때 ‘부산 소설가협회의’의 사무국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면식은 없지만, 일전에 그녀의 소설집을 받은 인연으로 가끔 안부 문자 정도를 하는 사이였다. 요청인즉, 이번에 거제도에서 열리는 ‘여름 소설학교’에 꼭 참석해줄 것과 더불어, 오는 김에 어떤 주제에 맞추어 강연을 하나 해달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원고가 준비되면 “이 작가님이 우리 사무차장을 잘 알 터이니 그에게 메일로 원고를 발송해 달라”하며 말을 맺었다.

그녀의 전화를 받고 나는 고민이 깊어졌다. 사실, ‘여름 소설학교’는 물론이고 협회 모임에 나간 지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산골로 들어온 뒤, 발길을 끊는 바람에 가더라도 어색하고 난처해할 내 입장은 뻔했다. 더군다나 협회의 사무차장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그에게 메일을 보내라니 나로서는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도 열심히 원고를 작성하여 사무차장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알기 위해 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간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앞서 말한 그가 협회의 사무차장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수소문해본 결과 그는 작년, 2017년에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내가 속한 협회로 들어온 거였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부산의 모 대학, 통기타 동아리인 ‘메아리’에서였다. 시대는 암울했고 삶은 시들했으며 사랑은 파편처럼 흩어질 때, 도피처가 필요했던 우리는 그곳에서 통기타와 노래로 그 시절을 견뎠다. 그는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기타를 잘 쳤고, 직접 만든 노래 ‘꼬마 친구’로 동아리 방 여학생들을 현혹했다. 그가 바로 현 부산 소설가협회 사무차장 ‘신호철’ 소설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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