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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지성주의를 경계한다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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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부 기자는 댓글을 자주 살피는 까닭에 온라인 비속어와 은어에 내성이 생긴다. 그래도 볼 때마다 움찔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기레기’이다. 자극적이거나 사실관계가 틀린 기사에는 기레기 비난이 가차 없이 날아든다. 때론 누리꾼의 안목에 감탄하고 반면교사로 삼는다.

그러던 중 기레기라는 말을 예상치 못하게 듣게 됐다.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유착설’을 제기한 것에 관해 이 지사가 낸 반박문을 기사화했을 때다. 곧바로 ‘이 지사의 해명을 전달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반박문을 기사로 내주는 것 보니 이 지사에게 뭐 받은 듯싶다. 역시 기레기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당사자의 해명이나 반론을 전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도 아니다. 그래서 기사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을 그대로 전달한 기사조차 그 내막을 의심하고 독설을 하는 건 ‘견제와 비판’의 범위를 벗어났다.

기레기라는 단어는 애초 저널리즘 본분을 지키지 못한 기자에게 쓰였다. 이제는 “언론은 모두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식의 태도로까지 번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한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한 기사가 있었다. 당시 댓글을 보면 “언론은 국민의 적이 맞다. 다 폐간시켜야 한다” “언론은 적이 아니라 쓰레기 수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조하는 반응이 우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언론을 ‘가짜 뉴스’라 공격하고 모욕적인 표현을 하는 수준을 넘어 취재 접근권조차 박탈했다. 그런데도 그를 지지하는 여론을 보며 향후 무조건적 언론 혐오까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언론 혐오 현상은 이미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신문 구독률과 TV 뉴스 시청률은 이미 오래전부터 바닥이다. 이런 무관심은 낮은 언론의 신뢰와 정보 제공 수단의 범람 등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무분별한 언론 혐오를 방증하는 단면이다. 섣부른 예단일 수 있겠지만, 이런 현상이 극단적으로 발현될 경우 1950년대 미국의 반지성주의까지 재현될 수 있다. 반지성주의는 언론인 등 지식인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적대적 태도를 뜻한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팽배했고 결국 무차별적인 매카시즘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다양한 상대와 이견이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 건설적 비판과 토론 대신 감정적인 비난만을 앞세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디지털뉴스부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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