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총괄건축가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건축가의 정의는 ‘예술적 재능과 창의력으로 건물을 설계하고 완성시키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는 근대적 개념일 뿐, 왕조시대 우리나라에는 ‘건축가’라고 불린 직업인이 없었다. 다만 조선 후기 건축공사 기술자의 호칭인 ‘도편수(都邊首)’가 건축가와 비슷한 개념이다. 도편수 이전엔 ‘목수(木手)’라는 호칭이 훨씬 오래 사용됐다. ‘고려사’에 목수 또는 ‘목업(木業)’의 기록이 나온다. 목수는 나무를 마름질해서 궁궐이나 사찰, 가옥을 짓는 대목(大木)과 장롱, 문짝, 탁자 같은 가구를 짜는 소목(小木)의 총칭인데, 아무래도 대목 또는 ‘대목장(大木匠)’을 더 높게 친다.

   
우리 역사에도 당대의 시대 정신과 기술, 예술성을 가미해 빛나는 건축물을 지은 대목장이 많다. 우선 경주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립한 아비지(阿非知)를 들 수 있다. ‘삼국유사’ 권3 황룡사9층탑조 기록에 따르면 신라 선덕여왕이 당시 백제의 건축술이 더 뛰어남을 알고 아비지를 등용했다. 통일신라 때 불국사와 석굴암을 완성한 김대성(700~774)은 또 어떤가. ‘그랭이 공법’과 ‘동틀돌’ 등 과학적 건축기술을 가미한 그의 역작들은 최근 경주 포항의 강진도 거뜬하게 이겨냈다. 고려 말 노비로 태어나 조선 태종 때 현 국토교통부 장관 격인 공조판서에까지 올랐던 박자청(朴子靑·1357~1423)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창덕궁, 성균관 문묘, 태조의 능인 건원릉, 경복궁 경회루, 한양 도성 성곽에 이르기까지 개국 초기 주요 공공시설물을 두루 지었다. “한양의 도시 기획은 정도전이 했지만, 도시를 완성한 인물은 박자청이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이들 두 사람은 현대적 개념의 도시 공공건축가이다.

오늘날에도 개별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건축 개념을 결정하고 시공까지 관장하는 공공건축가가 있다. 정도전과 박자청의 역할을 한 사람이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이들을 ‘총괄건축가’라고 부른다.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는 20세기 중반부터 보편화된 개념인데 국내에는 2012년 서울시가 처음 도입했다. 현재 19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총괄건축가 제도 도입 의지를 밝혔다. 공급기관 위주의 천편일률적 부산 공공건축에 새바람이 기대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공정성을 담보할 운영의 묘다. 타 도시에서도 ‘제 식구 감싸기 심사’ 등 운영 관련 잡음이 이는 모양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깨끗한 선거, 비전 있는 조합 /김주현
장거리 통학 /동길산
기자수첩 [전체보기]
혐오 키운 우리 안의 방관자 /김민주
윤창호 가해자를 향한 분노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명연설이 듣고 싶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학생 학교 선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방자치 후퇴는 안 된다 /김태경
거장작품 살 돈 없는 미술관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전화
새 광화문광장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허수경 시인을 떠나보내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낙동강 재첩국’ 지켜온 40년
온천욕과 복국
사설 [전체보기]
대통령까지 나선 미세먼지, 총체적 대책 세워야
무용지물 된 소규모 기계식 주차장 이대로 둘 건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집권 3년 차 증후군’ 되풀이 않으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포도의 변신은 무죄
자연·인간의 합작품 아이스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