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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총괄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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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정의는 ‘예술적 재능과 창의력으로 건물을 설계하고 완성시키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는 근대적 개념일 뿐, 왕조시대 우리나라에는 ‘건축가’라고 불린 직업인이 없었다. 다만 조선 후기 건축공사 기술자의 호칭인 ‘도편수(都邊首)’가 건축가와 비슷한 개념이다. 도편수 이전엔 ‘목수(木手)’라는 호칭이 훨씬 오래 사용됐다. ‘고려사’에 목수 또는 ‘목업(木業)’의 기록이 나온다. 목수는 나무를 마름질해서 궁궐이나 사찰, 가옥을 짓는 대목(大木)과 장롱, 문짝, 탁자 같은 가구를 짜는 소목(小木)의 총칭인데, 아무래도 대목 또는 ‘대목장(大木匠)’을 더 높게 친다.

   
우리 역사에도 당대의 시대 정신과 기술, 예술성을 가미해 빛나는 건축물을 지은 대목장이 많다. 우선 경주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립한 아비지(阿非知)를 들 수 있다. ‘삼국유사’ 권3 황룡사9층탑조 기록에 따르면 신라 선덕여왕이 당시 백제의 건축술이 더 뛰어남을 알고 아비지를 등용했다. 통일신라 때 불국사와 석굴암을 완성한 김대성(700~774)은 또 어떤가. ‘그랭이 공법’과 ‘동틀돌’ 등 과학적 건축기술을 가미한 그의 역작들은 최근 경주 포항의 강진도 거뜬하게 이겨냈다. 고려 말 노비로 태어나 조선 태종 때 현 국토교통부 장관 격인 공조판서에까지 올랐던 박자청(朴子靑·1357~1423)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창덕궁, 성균관 문묘, 태조의 능인 건원릉, 경복궁 경회루, 한양 도성 성곽에 이르기까지 개국 초기 주요 공공시설물을 두루 지었다. “한양의 도시 기획은 정도전이 했지만, 도시를 완성한 인물은 박자청이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이들 두 사람은 현대적 개념의 도시 공공건축가이다.

오늘날에도 개별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건축 개념을 결정하고 시공까지 관장하는 공공건축가가 있다. 정도전과 박자청의 역할을 한 사람이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이들을 ‘총괄건축가’라고 부른다.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는 20세기 중반부터 보편화된 개념인데 국내에는 2012년 서울시가 처음 도입했다. 현재 19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총괄건축가 제도 도입 의지를 밝혔다. 공급기관 위주의 천편일률적 부산 공공건축에 새바람이 기대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공정성을 담보할 운영의 묘다. 타 도시에서도 ‘제 식구 감싸기 심사’ 등 운영 관련 잡음이 이는 모양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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