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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한반도의 가을은 그냥 오지 않는다 /이승렬

비핵화 평화 이벤트 즐비, 한반도 운명 가를 전환기

이산 고통 종식 과제 대두…인내와 용기로 버틴 시간, 통합·지혜의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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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어제였으니 비로소 가을인가 싶다. 아침저녁 부는 선선한 바람을 타고 온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정겹다. 자연의 법칙은 이렇게 단순하고 공평하다. 그런데 유독 올해 한반도의 가을맞이 느낌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비장함 불안함 아쉬움 같은 것이 섞여 있다. 결실의 계절이라는 전제를 달고 보면 더 그렇다. 우리 민족의 미래를 좌우할 ‘운명의 계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운명은 올가을 비핵화와 관련한 난제들을 어떻게 풀고 실질적 성과를 거두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당사자는 바로 우리 남북한이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 4월 1일 평양에서 열린 남측의 ‘봄이 온다’ 공연을 관람한 후 가을 결실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이 여세를 몰아서 가을엔 결실을 가지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말했다. 반드시 결실을 맺겠다는 각오의 일단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이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하지만 가을의 문턱에서 장밋빛 전망보다는 불안한 그림자가 앞선다. 군사적 긴장은 많이 풀렸지만, 비핵화 세부 사항에 대한 북미 간 팽팽한 줄다리기 등 한반도 주변 정세는 여전히 살얼음판이기 때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3개월 가까운 실무접촉에서 드러난 북미 간 생각 차이는 크다. ‘동시적 단계적 비핵화 및 보상조치’를 강조하는 북한과 ‘선 비핵화 후 제제 해제’를 주창하는 미국의 입장이 맞섰다. 이에 따라 정전협정 우선 체결 논의도 답보 상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상당 부분 협상의 진전을 이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건 그나마 희망적이다. 그 와중에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와 관련한 ‘빅 이벤트’도 올가을 숨가쁘게 펼쳐진다. 우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했고 중국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은 특히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3차 정상회담도 있다. 모두 9월 안으로 북한 땅에서 진행된다. 이 이벤트들이 물 흐르듯이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 각 이벤트마다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반도의 가을이 예년과 다른 느낌인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디아스포라(Diaspora)의 처연함’에서 비롯된다. 처서를 전후해서 금강산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주는 안타까움과 아픔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된 마당에 만남 정례화 등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 줄 보다 획기적인 조치를 못 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70년 가까이 생사도 모른 채 살아온 99세의 엄마와 70대 후반의 두 딸이 만나 고작 2박3일 만에 다시 기약 없는 작별을 해야 하는 모습은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마지막 날 헤어지는 순간까지 세 모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가.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한민족의 이산은 BC 6세기 ‘바빌론 유수’로부터 시작된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 못잖은 역사적 비극이다. 1년에 한두 번, 그때마다 100명씩 만나는 현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상봉신청자는 1988년 이후 지금까지 13만2600여 명에 이르고 그 중 57%인 7만5700명이 이미 사망했다. 생존자의 60%는 한국인 기대수명인 82.4세를 넘겼고, 매년 3600여 명이 사망한다.
인정하든 말든, 한반도 분단과 수백만 디아스포라 비극의 근원을 추적해보면 결국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이라는 강대국 중심 논리에 닿는다. ‘분할해서 통치하라’. 로마제국을 비롯한 유사 이래 모든 제국이 펼친 약소국 통치원리다. 그것이 해방 이후 한반도에 이식됐다. 미국 소련 영국 등 냉전시대 강국의 이해에 따라 한반도 신탁통치가 결정되고, 원래 하나였던 한국은 분단됐다. 그리고 70년 만인 올가을 비로소 그 고난의 길 끝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곳에 닿았다. 이 시점에서 반추해 보자. 70여 년이 지난 현재도 ‘디바이드 앤드 룰’의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 가운데 어느 누가 자국 이익이 아닌 우리의 이익을 위해 뛰는가. 결코 찾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 어떤 강대국도 자국 아닌 약소국의 이익을 챙겨주지 않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결국 굳건한 신뢰 및 동반자 의식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끊임없는 안팎의 분열 및 해산 시도에 흔들리지 않고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길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남겼다는 말도 되새길 만하다. “‘분열시켜 통치하라’는 그럴듯한 표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로운 자의 진정한 표어는 ‘통합하고 이끌어라’는 것이다.” 오랜 인내와 용기의 과정을 거쳐 맞이한 올해 한반도의 가을은 통합의 지혜가 무엇보다 절실한 계절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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