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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금감원장 말 한마디의 무게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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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갖고 있던 선택지가 좁아졌다.”

학자에서 금감원장으로, 감시자에서 기관장으로 위상이 달라진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후 생각이 바뀐 게 있느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권한은 훨씬 많아졌지만 선택지는 좁아졌다는 것인데, 맞는 말이다. 그만큼 그의 고민도 깊어졌으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그의 ‘말’이다. 역할이 달라졌으니 말 또한 달라져야 한다.

금감원장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전임 최흥식 원장은 ‘암호화폐 내기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윤 원장도 첫 기자회견에서 금융사들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했다가 ‘표현이 조금 과했다’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취임 100일 만에 기자들 앞에 선 그의 발언은 좀 더 신중하고 명쾌해졌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듯했다.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원장은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이중적인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도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우선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기조에 대해 윤 원장은 “정부가 원하니 해봐야 하지 않나”라며 마지못해 정책당국과 보조를 맞춘 듯한 모습으로 이견을 드러냈다.

윤 원장은 “장단점이 있지만 정부가 방향을 잡고 추진하는 상황에서 감독기구의 역할은 혹시라도 생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래놓고는 “해외를 보면 특정 분야나 저축은행 등 좁은 영역부터 문을 열었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은행으로 너무 오픈한 것 같다”거나 인터넷은행 최대주주에 총자산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도 허용하는 것을 두고 “시작 시점에서 (규제 완화를) 너무 넓게 가는 건 부담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평소 소신과 학자적 양심으로는 수용할 수 없지만 금감원장이라는 입장 때문에 정부 정책에 반대할 수 없는 내부 신념의 혼란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시장에 이중적 사인을 보낸 것이다. 정책당국과 이견이 있다면 아예 치열하게 맞서서 토론을 통해 관철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이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정책 당국 따로, 금융감독 당국 따로면 시장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될지 혼란스럽다.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과 각을 세우고 있는 보험사의 제재에 대해서는 더욱 헷갈리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금감원의 지급명령에 불복해 소송전에 들어가는 삼성생명 등에 대한 보복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소송과 제재(검사)는 별개”라면서 보복 프레임에 걸리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들 보험사가 종합검사 타깃이 될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한다”며 더욱 아리송하게 말했다.

이를 두고 섣부른 관측 보도가 나가자 종합검사 발언은 와전된 것이라며 금감원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윤 원장은 취임 초부터 ‘소비자 보호’라는 명제는 확실히 각인시켜 줬다. 그러나 소신대로 정책을 펴가기 위해선 그의 말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기자간담회를 할 때마다 말의 진의를 놓고 다른 해석이 나오거나, 다시금 주워담는 사태가 일어나선 곤란하다.
“금감원장으로 주어진 역할과 책임 외의 것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그럴 여유도 없다”는 그의 말이 행동으로 보여지길 기대한다.

서울경제부 차장 freesu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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