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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자리 /이성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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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3 19:02:43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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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였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었을텐데 멈추지 않았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도적인 거구나’. 지난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이 퇴장당했다. 그는 3회 1사 만루에서 김헌곤의 유격수 땅볼 타구가 세이프 판정을 받자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이미 비디오 판독도 끝난 상태였다. 한참을 심판과 이야기하던 조 감독은 그라운드를 나갔다.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해 어필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감독이 심판에게 어필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정말 억울해서 한마디하기 위해서’거나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서’다. 조 감독의 퇴장은 곧 효과가 나타났다. 이날 역전 결승타를 쳐낸 손아섭은 “3년째 감독님을 뵙고 있는데 퇴장당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승부욕이 발동되더라”고 말했다. 과거 코치 시절부터 조 감독을 지켜본 나도 적잖게 놀랐다. 성향상 항의를 해도 짧게 했기 때문이다. 그날만큼은 계산된 조 감독의 행동이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예전에는 심판에게 배를 내밀고 항의하는 불같은 성격의 감독이 많았다. 고성을 지르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도 다반사였다. 해태 김응용 감독이나 SK 왕조를 이끈 김성근 감독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비디오 판독도 없어서 얼토당토않는 일로 판정 시비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퇴장에 대한 기준도 딱히 없어서 심판에게 어필하는 시간이 한없이 늘어났다. 화끈하게 항의하는 감독에게 환호하는 팬도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도 인상 깊었다. 선수와 심판이 충돌하면 빠르게 뛰어나가 중재 역할을 했다. 자신이 흥분을 못 참고 뛰어나가는 경우도 더러 봤다.

프로야구 감독은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자리다. 말 한마디에 선수뿐 아니라 팬도 관심을 보인다. 감독은 또 선발 라인업이나 로테이션은 물론 작전 결과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다. 1년 내내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는 굉장히 외로운 직업이다. 반대로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야구 감독과 해군 제독,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꼭 해봐야 할 3대 직업으로 꼽는 이도 있다.

요즘은 선수 출신 지도자가 많다. 특히 자신만의 야구관을 정립한 지도자가 성공가도를 달린다. ‘안방마님’ 포수 출신 명장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KBO리그 1위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나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A.J 힌치 감독이 포수 출신이다. 투수나 야수 출신 지도자는 자신이 잘 모르는 타선이나 마운드 운용을 전담코치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 투수 출신인 고 김명성 감독은 타격과 수비를 코치에게 일임했다.

감독의 스타일도 변한다. 나도 예전에 야구를 배운 사람이라 아직도 ‘훈련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경기가 끝나고 밤늦게까지 특타를 하는 게 다반사였다. 요즘 지도자들은 ‘훈련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선수 스스로 하게끔 자극을 주는 역할로 바뀐 것이다.

요즘 감독들은 선수와 개인적인 대화도 많이 나눈다. 일상생활의 고민은 물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직접 파악하려는 시도다. 단순히 부진하다고 해서 기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함께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감독을 꿈꾸는 고참 선수라면 미리 새겨듣고 준비하기를 추천한다.
   
감독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투수 교체 타이밍이다. 결과가 모든 걸 말하기 때문이다. 코치들이 투수들의 고민을 더 많이 듣고 그들의 약점을 보완하도록 돕는다면 훨씬 나은 성적이 나올 것이다. 야구도 결국 사람이 화음을 내는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조 감독이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가을 야구의 문턱을 넘길 기대한다.

KNN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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