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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이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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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화폐가 통용된 이래 돈이나 곡식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업종은 성행하기 마련이었다. 우선 전당포(典當鋪)의 역사가 깊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772~846)의 시 ‘권주(勸酒)’에 그 존재가 나온다. 작품 말미에 나오는 ‘전당포에서 돈을 빌려 술을 사서 마셔나 버리자(典錢將用買酒喫)’라는 부분이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 삼국시대에도 ‘장리(長利)’라는 것이 있었다. 곡식을 춘궁기에 빌려주고 추수 때 받아내는데, 이자가 연 66%에 달했다. 갚지 못한 양민들이 노비가 되거나, 처자를 팔아 갚거나, 자살했다.

고려 때 고리대 폐해를 막으려는 법적 조치가 취해진다. 경종 때인 980년 금리를 연 최고 66%에서 33%로 제한했다. 이자가 원금을 초과할 수 없게 하는 ‘자모정식법(子母停息法)’도 제정됐다. 하지만 법과 현실은 달랐다. 화폐 통용이 본격화된 고려 시대에는 지방관아는 물론 사찰들까지 고리대 사업을 펼쳤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고리대 제한 조치를 취한 왕은 세종대왕이다. 세종은 ‘이자제한법’을 통해 이자는 연 10%, 월 3%를 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양란 이후 혼란기에 조정의 힘이 떨어지면서 법은 유명무실해졌고, 다시 ‘이자놀이’가 극성을 부렸다. 조선 후기 사채 이자율은 월 3~10%, 즉 연 36~120%에 달했다. 다시 조정이 나섰다. 숙종은 1717년 이자 제한령을 내려 돈이나 베는 연 20%, 곡식은 50%를 넘지 못하게 했다. 영조는 돈이나 곡식 구분 없이 연 20%을 넘지 못하도록 통일했다. 연암 박지원의 ‘광문자전’에 이 시기 상황이 그려진다. “이때 돈놀이하는 자들이, (중략), 저당잡고 본값의 십 분의 삼이나 십 분의 오를 쳐서 돈을 내주기 마련이었다.”

일제 때 일본인들이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고 비싼 이자를 받는 ‘무전대금업’을 성행시켰는데, 이율은 연 180%에 달했다. 현대판 고리대금업으로 불리는 대부업체의 원조 격이다.

이와는 달리 은행은 건전 금융업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런데 은행들이 올 상반기 ‘나 홀로 호황’을 누렸고, 직원 급여도 훌쩍 뛰었다는 소식이다. 6대 시중은행 직원 상반기 평균 급여가 4750만 원이다. 작년 동기 대비 6.7% 올랐다. 상용근로자 1년 평균 연봉(4222만 원)의 배가 넘는다. 호황의 이유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 즉 예대마진을 키운 덕분이라니 씁쓸하다. 사상 최대 가계대출에 허덕이는 서민의 고통 뒤에서 ‘이자놀이’나 한 셈이니 말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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