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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일자리정부에 일자리가 없다 /안인석

자영업자 원성 높은데 고용상황은 악화일로

정부 뒤늦게 위기 인식, 제대로 된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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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에게는 호황이 없다는 말이 있다. 불황에 창업한 이들은 내내 불황에 시달리다 폐업하고, 호황에 창업한 이들은 잠깐의 단물에 취해 손 놓고 있다가 곧이어 닥친 불황을 견뎌내지 못한다. 요즘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자영업자의 얘기가 빈말이 아닌 듯하다. 회사 주변 음식점에도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 이들의 아우성에 뒤늦게 정부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료 부담 완화방안 등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청와대도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부산하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책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자영업자들이 몰락하는 이유가 카드수수료나 임대료 부담 때문일까. 수수료를 낮추고 임대료를 묶어두면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장사하기 어렵게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 변죽만 울리는 꼴이다.

동네 책방 사라진 지가 오래됐다. 이유가 뭘까. 임대료가 높아서? 세무조사 때문에? 아마도 온라인 서점의 등장 때문일 테다. 아무 데서나 편하게 주문하고 집까지 배달해주는데 굳이 책방을 찾을 이유가 없다. 옷가게가 사라진 것도 마찬가지다. 가게에서 옷을 살핀 후 주문은 온라인으로 하는 이도 많다. 발 빠른 업자들은 온라인 쇼핑몰로 점포를 옮겼다. 그렇다고 온라인 쇼핑이 골목상권을 잠식하니 온라인쇼핑을 규제해야 할까? 매장의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선 작년 한 해 9000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영국서도 지난해 슈퍼마켓, 의류점, 생활용품점 등 5800여 개 점포가 사라졌다. 오프라인 점포가 모두 자영업자는 아니지만 향후 추세를 알려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다. 자영업의 일자리 비중이 25%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10%포인트 높다. 취업자로 가야 할 200만∼300만 명이 자영업을 영위하는 셈이다. 지나치게 높은 경쟁에다 온라인몰과도 경쟁해야 하니 영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래가 밝은 것도 아니다. 내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가계는 빚에 눌려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다. 인구도 이제 내리막길이다.

이런 차에 정부 시책에 호응한답시고 국세청이 내놓은 자영업자 지원책은 뜬금없다. 세무조사 면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참 웃기는 이야기다. 발표가 나오자마자 자영업자들이 탈세로 먹고살란 말이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실제 효과도 의문이다. 세무조사를 받는 자영업자는 한 해 평균 1000명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569만 명이 혜택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누가 봐도 생색내기다. 세무조사 면제를 특혜처럼 발표하는 행태도 탐탁지 않다.
자영업자들을 돕는 최선의 대책은 리스크 큰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자영업은 자칫 모든 걸 날릴 수도 있다. 원칙대로라면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자영업은 복지 부담을 줄여주는 마지막 완충지대다. 아직은 일자리 유지의 역할이 크다. 그들이 무너지면 국내경제도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술자리에서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월급쟁이 할 때가 제일 좋다.” 취업할 곳이 없으니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거 아닌가. 결국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고의 대책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 일자리마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월 취업자가 단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가 30만 명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고용시장은 거의 패닉상태다.

문제는 고용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거라는 점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좌충우돌 경제의 칼을 막무가내로 휘두르고 있다. G2의 싸움에서 밀린 중국이 타격을 입으면 한국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다 터키발 글로벌 경제위기 이야기도 나온다. 고용이 악화하면 아무래도 힘든 쪽은 저소득층이다. 자영업자에게도 충격파는 고스란히 전해진다. 소득이 줄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 자체가 흔들린다.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휴일인 19일에 긴급당정청회의를 열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얘기다. 조각조각 단편적인 정책으로 막기엔 너무 심각하다.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경험한 문재인 대통령이기에 난국을 잘 헤쳐나갈 거로 기대한다. 임기 초기의 인기에 매몰돼 안이하게 대처하면 안 된다. 경제가 나빠지면 모든 걸 잃는다. 국민은 권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변덕스럽고 까탈스럽다. 민심이 등 돌리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편집국 부국장 dol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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