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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판문점 역내에 세계적 콘서트 하우스를 건립하자 /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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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19 19:37:33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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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휴전 이래 65년간 안정적 평화 환경을 수립하지 못했다. 한미동맹을 구축해서 힘에 의해 불안전한 평화를 유지해 왔다. 남북한은 단일 민족이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서로 적대적 의식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적대적 환경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모멘텀을 잡았고, 이 모멘텀을 이용해 대북·대미 소프트파워 외교를 전개했다. 그 결과로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을 이끌었다.

한때 후속 고위 실무급회담이 지연되면서 비핵화를 통한 적극적 평화 조성 분위기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느냐는 우려가 일어났다. 다행히 북한은 미군 유해를 수습해 송환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발사대를 제거하겠다고 하면서 적기에 평화 제스처를 보였다. 다해 가는 약발에 영양제를 보충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는 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제안들이다.

이 같은 평화 제스처는 결국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종전 선언을 얻어 내겠다는 속셈이다. 종전 선언을 통해 그의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김정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갖고 있다. 북의 핵과 미사일의 성격과 그 파괴력 면에서 볼 때 비핵화가 먼저 실현되지 않는 상황에서 종전 선언을 앞서 한다는 것은 마차를 말 앞에 세우고 달리려는 격이다. 종전 선언은 궁극적으로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중간 다리이다. 우리가 그 중간 다리를 건고하게 건설해야 할 이유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갖추어야 하겠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소프트파워 외교의 한 역할로서 상징적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정부가 비무장지대 2㎞ 밖으로 전방초소(GP)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필자는 쌍방의 GP 이동이 끝난 후 판문점 지역 내에 세계 최고의 건축가를 초빙해서 세계적인 콘서트 하우스를 건립할 것을 제안한다.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평화 환경을 뿌리 깊이 발전시켜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팀은 ‘남북한심포니 오케스트라’라고 명명하면 좋을 것 같다. 또는 ‘평화 필하모니’라고 명해도 괜찮다. 남북한 지휘자가 교대로 지휘하면 균형을 살릴 것으로 본다. 첫 연주곡으로 한국환상곡(Korea Fantasy)을 연주하면 큰 공감대를 얻을 것이다. 이 곡을 연주하면 남북을 갈라 놓은 분단선을 평화선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오랜 적대감을 민족 동질감으로 느끼게 할 것이고, 우리의 찬란한 역사의식을 재생시킬 것이고, 나아가 장성급회담을 포함한 고위급 실무 협상에도 속도를 불어 넣을 것으로 본다.

음악은 국경 없이 넘나들고 지고의 음률을 만듦으로써 소프트파워 외교의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파워 외교가 현재 불안전한 평화를 적극적 평화로 바꾸어 줄 것이고, 이에 좀 더 신뢰를 가지고 대화한다면 비핵화를 달성하면서 종전 선언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중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서 잠시 독일의 경우를 들고 싶다. 독일의 재기, 독일의 부흥 또는 더 큰 독일 생활공간의 확보 등을 시도할 때마다 히틀러는 음악을 이용했다.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을 단합시켜 더 큰 독일을 만들려고 할 때도 바그너의 음악을 자주 연주했다. 그리고 제1차세계대전에서 패배한 게르만 민족의 사기를 진작시켜 위기를 탈출할 때도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케 했다. 특히 그의 ‘옛 친구를 위한 행진곡(Alte Kameraden March)’은 큰 신음에 빠져 있었던 게르만 민족의 사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다음 후견자로서 베토벤의 음악도 연주케 했다. 20세기 후반 독일 민족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환희의 찬가’를 번스타인 지휘자를 초청, 연주케 함으로써 통일을 상징화시켰다.
이와 더불어 민족 화합의 차원에서 비무장지대 주변을 국립공원(National park)으로 조성해서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국민 대화의 장으로 이용한다면 그것이 큰 신뢰를 쌓는 하나의 튼튼한 길이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카펫 평화(carpet peace, 최상급 평화 환경을 지칭함)를 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부산대 명예교수·한-유럽연합포럼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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