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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여름나기 /남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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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17 18:41:5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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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도 말복도 지났지만 여전히 더위의 위력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올여름의 무더위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모두 겪었듯이 많이 힘겹고도 괴로운 날을 연속으로 안겨 주었습니다. 왜 우리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 몸은 과하거나 부족하면 열이 나기도 하고 오한이 오기도 하고 심하게 아프기도 하듯이 지구도 아픈 듯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현상을, 지구가 화났다거나 혹은 지구가 인간이 저질러 놓은 것에 복수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글쎄 지구가 복수를 한다는 것이 옳은 말인지 의문이 듭니다. 지구가 복수라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요? 복수라는 말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용어 같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화가 났을 수는 있겠다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구가 아파서 더는 견딜 수 없어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신호나 경고일 것입니다. 우리 몸도 어딘가 무리를 하면 신호를 보내는데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은 병으로 이어집니다. 지구도 아마 무수한 경고를 보냈지만 아둔한 인간이 알아듣지 못하거나 아예 무시하거나 어쩌면 더 심하게 다른 무언가를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심해질 것인데, 우리는 과연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것을 일시적으로나마 피해 보겠다고 더 과한 무리를 해야만 하는 것인지 참 난감합니다.

그래서 나만이라도 지구를 조금이나마 덜 괴롭히자는 각오로 집에서는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사용하지 않기로 작정합니다. 물론 그런 물건이 아예 없기도 합니다. 차도 꼭 필요할 때 이외에는 이용하지 않고 가능하면 나가지 않거나 웬만하면 걷기로 작정합니다. 나 하나 이런다고 세상이 당장 바뀌지야 않겠지만 하나하나가 모이면 큰 힘의 원천이 되겠기에, 또한 모든 시작은 하나에서 비롯되니까요.

그렇게 견뎌보니 결론부터 얘기하면 뭐 견딜만했습니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예 작정을 했으니 여름이니 당연히 더운 거라고 내 몸에 인식시키고 그것에 적응하는 몸을 보는 재미도 덤입니다. 어쩌다 에어컨이 있는 곳에 있다가 나오면 한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위가 몰려오는 것을 보며 이래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을 느낍니다.

가장 더운 시간은 우물물로 몸을 식히다 보면 마냥 내리쬘 것 같은 태양이 서쪽 산을 넘어가고 집안은 아직 덥지만 마당은 열기가 많이 식어서 마당 평상에 모기막 텐트를 치고 들어앉습니다. 그러면 제법 선선해져서 부러울 게 없는 기분이 되고 서서히 어둠이 몰려오면서 별이 조용히 모습을 나타냅니다. 아주 천천히 아주 은밀하게 숨은 보석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듯이 처음에는 희미하게, 날이 어두워질수록 조금씩 빛을 발하고 그 옆에 또 하나 돋아나고, 새로운 별을 찾아 고개를 한껏 젖히고 하늘을 쳐다보며 한동안 별을 헤아립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별은 하늘을 가득 메웁니다. 물론 옛날처럼 별이 많이 반짝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별이 찰나에 하늘을 다 차지하면서도 서로 겹치거나 서로 경쟁하는 일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만큼만 빛납니다. 굳이 별자리를 몰라도 별로 아쉬울 것 없이 어제의 별이 오늘도 그 자리를 차지했나 하는 궁금증에 찾아보고는 하는데 알고 보면 별은 움직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발견하고 새삼 놀랍니다. 아주 조금씩, 아마 지구가 회전하는 속도일 그 정도로 동쪽으로 살짝, 꼭 숨바꼭질할 때 술래가 눈을 감고 기다리는 동안 소리 없이 이동하듯이 그렇게 매일 밤 별과 나누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먼 산에는 소쩍새가 약간 구슬픈 소리로 울고 가까운 숲에서는 풀벌레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자기들만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참 행복한 밤입니다.

한동안 산악 후배 몇 명과 장기 산행을 하고 온 후라 혼자만의 시간이 더 좋은 듯합니다. 물론 여러 명의 시간도 더없이 소중하고 멋진 시간이었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했나 봅니다. 혼자 평상에 앉아 혹은 누워 눈으로는 별을, 귀로는 자연의 소리를 듣는 시간은 명상의 시간입니다. 자세를 잡고 앉기도 하지만 그냥 편하게 몸을 이완시키고 자연을 느끼며 내면의 또 다른 나를 보는 시간이기도 해서 더없이 소중함을 느낍니다.

어느새 기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선했던 느낌에서 약간 시원한 느낌으로 바뀌고 밤이 깊어지면 약간 추위까지 느끼게 됩니다. 그 시간은 처음에는 자정에서 새벽 1시 정도였다가 점점 더 당겨져서 밤 10시 정도면 집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도시와 달리 이곳은 인위적인 기계가 많지 않고 자연의 속도를 따르는 삶이 있는 편이라 그나마 이 여름을 비교적 잘 견디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성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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