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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연봉 킹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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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연봉 1달러 클럽’이 있다. 기업 CEO나 임원으로서 연봉 1달러를 받는 사람들 모임이다. 창시자는 리 아이아코카(94) 전 크라이슬러 회장이다. 1978년 포드자동차 사장 직에서 물러난 아이아코카가 이듬해 파산 위기의 크라이슬러에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 시초다. 이후 잠잠하던 ‘연봉 1달러 클럽’은 스티브 잡스(1955~2011)로 인해 다시 화제가 된다. 쫓겨났던 잡스가 ‘친정’을 구하기 위해 1997년 애플(Apple) 사로 복귀하면서 “연봉 1달러”를 선언한 것이다. 이후 잡스는 2011년 사망할 때까지 15년 동안 총 연봉 15달러를 받았다. 실적 성장에 따라 그가 보유한 애플과 디즈니 주식의 가치는 해마다 증가해 천문학적 액수가 됐지만, 약속은 지킨 셈이다.

   
“애플은 창업자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것이며, CEO는 기업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은 후배 IT 일꾼들에게도 전수된다. ‘연봉 1달러 클럽’의 단골 멤버는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를 쓴 IT 억만장자들이다. 구글의 공동설립자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미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야후의 제리 양,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등이 ‘연봉 1달러 클럽’ 회원이다.

반면 국내 기업의 재벌가 오너 출신 CEO 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올해 상반기 ‘연봉 킹’에 올랐다는 소식은 놀랍다. 그는 대한항공(20억8000만 원) 등 4개사에서 약 58억30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연봉 66억 원의 85%다. 조 회장의 차녀이자 오너리스크 최초 유발자인 조현민 전 전무도 퇴직금을 포함해 17억 원이나 챙겼다. 하지만 같은 기간 회사는 갑질과 탈세 횡령 혐의 등 숱한 오너리스크로 인한 이미지 실추와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주력인 대한항공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40%나 빠졌다. 주가도 어제 종가 기준으로 연초 고점(지난 2월 2일 3만9500원) 대비 31%나 떨어졌다. 계열사인 진에어는 면허 취소 위기에 몰렸고, 수천 명의 무고한 직원도 억울하게 실직할 처지다. 주주들도 아우성이다. 이렇게 회사와 주주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도 오너라는 이유만으로 최고 연봉을 챙길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나는 이미 충분히 돈을 벌었고, 그것으로 좋은 일을 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마크 저커버그가 밝힌 연봉 1달러 선언 이유다. 돈도 좋지만, 조 회장 일가가 이 말도 한 번쯤 곱씹어 보기를 권한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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