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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영욕의 새마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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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4월 22일 박정희 대통령은 각료·도지사 연석회의에서 이런 지시를 내렸다. ‘각 부락 단위로 향토예비군이 중심이 되어 새마을 또는 알뜰한 마을가꾸기 운동을 전개하라’. 이에 내무부는 관련 예산 30억 원을 책정해 발벗고 나섰다. 이때는 ‘3선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한 지 6개월여 된 시점으로, 박 대통령이 3선 출마를 준비할 무렵. 이 때문에 자신의 영구집권 혹은 권위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그럼에도 새마을운동은 관 주도 아래 전국적으로 퍼졌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해마다 보릿고개를 겪던 농촌이 짧은 기간 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만든 게 대표적이다. ‘하면 된다’는 구호로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적 잠재력을 발전적 에너지로 결집시킨 것도 최대 성과로 꼽을 만하다. 그 덕에 지역사회 개발운동의 성공적 케이스로 세계 빈곤국가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새마을기(旗)와 새마을모자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잘나가던 새마을운동은 1980년대 들어 권력형 비리로 얼룩지게 된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이 1981년부터 운동 조직에 개입하면서다. 그는 7년간 새마을운동 중앙본부의 사무총장·회장을 연이어 맡으며 73억 원의 공금을 빼돌리고 10억 원 상당의 탈세 등을 저질렀다. 이는 1988년 ‘5공비리 특위’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민간 주도적 추진조직이란 허울 속에 새마을운동을 사리사욕의 도구로 삼았으니,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부가 다음 달부터 관공서에서 새마을기 내리기 운동을 펼친다는 소식이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박정희 유신 정권 시절의 잔재인 새마을기를 계속 게양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1973년 게양대에 처음 등장한 새마을기는 1976년 내무부령으로 게양이 의무화됐다가 1994년 이후로는 자율에 맡겨졌다. 현재는 서울시(1995년) 광주시(지난해) 두 곳에서 새마을기를 내린 상태다.
시대 변천에 따라 새마을 깃발도 영욕이 교차해 온 듯하다. 새마을운동이 여러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이뤘지만 정치권력적으로 악용됐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 깃발을 내린다고 해서 새마을운동 자체와 정신이 없어지는 건 아닐 터다. 중요한 것은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시민사회의 역량과 의식이지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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