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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젊은 정치인이 그리운 대한민국 /염창현

여야 정당 전당대회, 중진급 인사 재등장

긍정적 역할 기대 속 “세대교체 전면 역행”, 비판 목소리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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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던 프랑스인들은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앙 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란 신생 독립정당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예상을 깨고 당선된 까닭이다. 당시 39세였던 그는 이 승리로 프랑스 헌정사에 갖가지 기록을 남겼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후 거대 정당인 사회당 및 공화당 출신이 아닌 군소정당 후보가 대권을 잡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크롱은 또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라면 마크롱처럼 30대 후보가 당선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헌법은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려면 만 40세가 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나이 규정이 덜 엄격한 외국에서는 젊은 집권자의 등장이 드물지 않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올해 38세이고,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39세다. 이 밖에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43세, 쥐스텡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올해 46세다.

한편에서는 대통령의 피선거권에 나이 제한을 둔 한국 헌법이 바뀐다고 한들 과연 준비된 젊은 지도자가 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나온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그럴싸한 인물을 헤아리기가 어려워서다. 개인의 능력 부족도 문제이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낡은 정치계 풍토가 자초한 면도 적지 않다. 좀처럼 세대교체를 허용하지 않는 폐쇄된 정치가 불러온 폐해이기도 하다.

젊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닐진대 느닷없이 나이 타령을 하게 된 건 주요 정당의 전당대회를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다. 얼마 전 끝난 민주평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정동영 의원이 새 대표로 선출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해찬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이 당권 도전에 나섰다. 현재 판세라면 이 의원과 손 고문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앞서 나가는 형국이다.

민주당과 미래당 당 대표 선거가 예상대로 마무리된다면 세 당의 당권은 이른바 ‘올드 보이’들이 차지하게 된다. 정 대표는 올해 66세, 이 의원은 67세, 손 고문은 72세다. 게다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64세다. 한국당의 차기 당 대표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물도 거의 60대 중반이다. ‘여의도 정가를 노병들이 이끌지 모른다’란 전망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이들은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구세대 지도자라는 여론은 단호하게 부정한다. 정 대표는 “물리적 나이보다는 생각의 나이가 중요하다. 현역 정치인 중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정치인 순서를 매기면 나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며 항변하고 있다. 이 의원도 “정책이나 철학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세대교체가 되는 것이지 나이로만 세대교체가 되는 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손 고문 역시 미래당 구성원 가운데 세대교체를 할 준비가 된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당내의 사퇴압력을 일축했다.

100세시대가 코앞이라는 요즘 나이를 핑계로 인위적 퇴진을 요구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불성설이다. 정가에서는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현재의 각 당 현실을 고려하면 노련한 정치인의 재등장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정 대표나 손 고문이 내놓은 선거구제 개편안은 만약 성사된다면 우리나라 정치권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오죽 인물이 없었으면 이들이라도 나서겠는가라는 동정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병들의 귀환’을 반대하는 쪽은 젊은 피 수혈만이 낡은 정치판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륜과 관록에 지탱해 세를 확보하겠다는 정당 내 기득권 세력이 물러가지 않으면 외국처럼 젊은 정치인의 부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수직적 질서 속에 형성된 우리나라 정당의 카르텔은 무척 견고하다. 노장을 중심으로 한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신진 정치인이 독자 목소리를 내다가는 발 붙이기도 쉽지 않다. 이러니 당 대표는 고사하고 각 당의 최고 위원선거 때도 50대 이하 후보는 희귀한 편에 속한다.

정 대표를 비롯한 관록의 정객들은 당 대표 선거전에 뛰어 들면서 하나같이 소속 당을 위해 마지막 정열을 불사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는다. 대선후보나 국무총리, 다선 의원 등을 거친 그동안의 정치경력을 생각하면 이들의 능력을 무시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든 지도자는 하루 아침에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재 영입과 육성이 체계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고인 물이 될 수밖에 없다. ‘생물과 다름없다’는 정치판에서는 세대교체가 더욱 절실하다. 바라건대 각 당의 이번 전당대회가 역설적으로 젊은 정치인의 본격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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