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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사회적 전염병, 무례함!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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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12 20: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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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지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간짜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엘 갔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직원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짜장면을 먹고 있는 중년 남성 한 분이 우리 테이블의 짬뽕 국물을 힐끔힐끔 보더니 본인도 짬뽕 국물을 좀 달라는 얘기였다. 같이 온 사람과 나눠 먹기 뭐하니 두 그릇을 달란다. 직원은 다른 손님들 눈을 의식하며 마지못해 ‘원래 안 나오지만 한 그릇만 드릴게요’라며 얼버무린다. 그런데 계속 두 그릇을 달라고 조르다가 결국 서비스 국물 한 그릇에 뿌듯해하는 표정이다.
   
그 옆 테이블에는 젊은 남자 손님이 혼자 식사를 하러 왔는데 본인의 자리가 더운지 안쪽 10인이 앉는 원형 테이블로 옮기고 싶단다. 단체 손님이 많이 오는 점심시간임에도 자신은 30분 안에 먹을 수 있으니 그 테이블로 옮겨 달라며, 왜 못 옮기게 하냐고 주인에게 눈을 부라렸다.

최근 이슈가 되는 갑질 뉴스와 비슷한 이야기들이다. 자영업자에게 이런 무리한 요구와 상식 밖의 일은 비일비재하다. 백화점 직원들이나 비행기 승무원 등 높은 서비스 수준을 기대하는 분야는 더 심하다. 갑질이라는 신조어가 생겨서 새로운 사회 현상처럼 느껴지지만 이런 비상식적 행위들의 본질은 ‘무례함’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과거 수식어와 달리 요즘 우리 사회는 무례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무례함은 전염병도 아닌데 참 빨리 번진다. 그 이유로는 ‘타인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남들도 나한테 무례하다’는 두 가지가 사회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당한 수많은 무례함과 그 과정에 표출하지 못한 분노에 매몰되어 타인을 대할 때도 여유와 배려가 사라지고 있다.

단기간에 사회가 성장하면 사회에서 요구되는 서비스의 기준도 급격히 높아진다. 그런데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만의 일이 아니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태도가 함께 높아져야 수준 높은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무례하면 그 과정은 서비스가 아니라 상하 관계가 되어버린다.

지금처럼 무례함이 사회 곳곳에서 계속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112, 119’와 같은 공적 서비스든 일반적 서비스든 이를 제공해주는 사람에게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수준의 매너가 필요하다. ‘지금 여러분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분은 누군가의 아들딸 혹은 부모님입니다’ 라는 메시지처럼 나와 동떨어진 타인이 아닌 같은 사회 속에 살아가는 동료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한의원·병의원에는 무례한 타인으로부터 상처 입은 수많은 사람이 치료받고 있다. 눈에 드러나는 상처가 아니라서 다른 사람에게 위로받거나 쉬지도 못한다. 심지어 ‘나약한 자신’이 문제라며 상처받은 내면을 스스로 꾸짖기도 한다. 우리가 각기 다른 몸을 가지고 있듯 우리의 마음도 모두 다르다.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도 종종 있지만 상당수의 우리는 ‘상처받기 쉬운 여린 사람’이다.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오늘도 직장과 가게에서 생계를 위한 웃음을 강요받고 있다.

   
갚지 않으면 쌓이는 빚처럼 무례함의 부채는 개인과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이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친절이 절실하다. 배려와 친절은 우리 사회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과거에는 전염병 예방 접종과 개인위생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었다면 지금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내가 당한 무례함을 극복하고 타인에게 그 무례함을 전달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이다. 용기 있는 당신의 친절과 배려에 박수를 보낸다.

공감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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