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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도시에서 온 이웃집 아이손님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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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09 19:03:15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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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일 줄 모르는 무더위가 무서운 비바람 몰고 올 태풍마저도 기다려지게 한다. 비의 신 쁘라삐룬 7호 태풍도, 새의 이름 종다리 12호 태풍도 기대를 외면한 채 습한 더위만 몰고 왔다. 도시는 펄펄 끓는 가마솥이 되어간다.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 부채도 귀했던 아득히 먼 옛날, 어릴 때 살았던 차령산맥 줄기의 한 자락에 자리한 산골 마을이 그립다.
   
마을은 능선을 중심으로 위뜸, 양옆 계곡의 개울물이 모이는 중뜸, 그 아랫동네를 아래뜸이라 불렀다. 마을 앞엔 마당과 좁은 도랑 사이로 논과 밭에 곡식이 자랐다. 능선 밑 개울은 장마와 폭우엔 흙탕물로 덮였으나 범람하진 않았다. 그러나 학교에 갈 때 넘어야 할 돌다리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사라진 돌다리는 학교를 벗어날 수 있는 여름 방학의 시작을 알렸다.

방학에도 우리는 애향단 활동에 참여해 체조와 동네청소를 해야 했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아이들은 한 집에 두세 명이 넘었고, 청소래야 길에 난 풀을 뽑는 게 전부였다. 방학 첫날은 삽과 괭이를 들고 가 중뜸 개울가 옆에 근사한 체조장을 만들었다.

아침이지만 여름 햇살은 제법 따가웠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생각은 모두 개울에 가 있었다. 장마의 끝이라 물도 제법 흘렀다. 모두 물로 뛰어들었으나 수영을 할 만큼 넓지는 않았다. 장마에 패인 개울 바닥을 중심으로 흐르는 물길을 막아 둑을 만들었다. 어렵게 쌓은 돌둑 틈으로 물은 흘렀지만, 깊은 곳은 우리 가슴까지 닿았다. 제법 근사한 수영장이 되었다.

매미소리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한낮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날, 노인만 사는 위뜸의 이웃집에 낯선 아이 손님이 나타났다. 도시에서 온 듯, 하얀 얼굴에 깔끔한 옷차림이었다. 햇볕에 그을린 새카만 얼굴, 옷은 풀과 흙물로 얼룩진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사립문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우리는 눈이 마주쳤으나 서로 못 본 척했다. 그 아이는 꽤 커 보이는 축구공을 가지고 놀았고, 공은 마루에서 마당으로 굴러떨어지길 반복했다. 우리는 낯선 아이에 대한 호기심을 뒤로하고 더위를 피해 개울로 향했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는 큼지막한 공을 가슴에 안고 사립문 밖으로 나와 얼굴을 삐쭉 내밀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으나 우리 중 그 누구도 같이 놀자는 말을 아이에게 하지 않았다.

아이의 그런 마음을 눈치챘는지 이웃집 할머니는 다음 날 물놀이하고 오는 우리를 집으로 불렀다. 할머니는 물놀이에 허기진 우리에게 찐 옥수수를 내놓았다. 할머니의 옥수수 위력도 있었지만 우리도 그 아이의 축구공에 관심 있어 자연스럽게 함께하였다. 아이의 공은 우리들의 주먹만 한 고무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완벽한 축구공이었다. 그러나 축구공 놀이도 얼마 가지 못했다. 좁은 마당의 우리 발에서 떠난 축구공은 도랑을 넘어 밭의 고추와 참깨를 쓰러뜨렸다. 우리는 축구공 놀이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쓰러진 고추와 참깨 대를 발견한 밭 주인은 누가 그랬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겁먹은 마을의 아이들은 숨죽이고 누구 하나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소리를 지르던 주인이 떠나자 우리가 만든 체조장에 가기 위해 하나둘 사립문 밖 사정을 살피며 모여들었다. 거기엔 도시에서 온 이웃집 아이 손님도 함께 있었다. 오늘은 그의 손에 축구공이 들려있지 않았다. 그날 위뜸 우리는 애향단 모임에 모두 지각했다.

   
한낮의 매미 지칠 줄 모르고 여전히 울어대고, 팔월의 햇살은 힘을 점점 잃어갈 무렵 이웃집 아이 손님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산골 마을은 반딧불과 밤하늘 가득한 은하수와 별들만이 반짝였다.

인제대 스포츠헬스케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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