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원생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보육교사는 지난 4월 세 살 아이가 낮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며 여러 차례 욕설을 했다. 이 사실은 보육교사의 학대행위를 의심한 부모가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 녹취를 하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욕설을 하게 된 이유도 황당하거니와 이게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성인 교사가 할 수 있는 행동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힘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 보육교사의 욕설이나 폭언은 정서적 학대라는 점에서 체벌에 버금가는 중대한 범죄에 속한다. 또 명백한 인권침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피해를 입은 아이는 어른이 될 때까지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전에 신고된 유사한 사례를 보면 정서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경기를 일으키거나 싱크대 밑에 숨기를 반복하는 등 눈에 띄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데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2015년부터 시행 중인 개정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및 관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물증 확보가 용이한 체벌과 달리 보육교사의 욕설이나 폭언은 은밀하게 자행되기 때문에 CCTV로는 확인이 쉽지 않다. 이번의 경우에도 녹음기가 동원되지 않았더라면 보육교사의 욕설 행위 적발이 힘들었을 터다.

정부는 보육교사가 저지르는 정서적 학대의 심각성을 인식해 하루빨리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한편 인증평가제도 재점검이나 보육교사의 자질을 높이는 데도 힘을 기울이는 것이 옳다. 그동안 정부는 아동 학대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근절책을 마련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결과는 늘 용두사미에 그쳤다. 불안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겁난다는 부모들의 원성을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