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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선박금융 활용은 해운기업에 달렸다 /이동해

국제 해운경기 불안 여전, 긴 침체·짧은 회복 보일듯

기업별 자체 상황에 맞춰 선박금융 인프라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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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07 18:50:42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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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전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신용이 좋은 한국 화주 및 해운사 영업을 위해 한국 선박금융시장으로 앞다퉈 들어왔다. 싱가포르 홍콩 도쿄뿐만 아니라 유럽 소재 선박금융 전문은행들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형 선박금융 프로젝트의 금융주선 위임(Mandate)을 따내기 위해 해운사는 물론 주요 화주의 사업추진 데스크를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선박금융 수요자인 화주와 해운기업으로서는 행복한 기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리먼 사태 이후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외국계 금융기관의 한국 선박금융 참여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 이유는 한국 선박금융의 부실에 따른 손실 때문이라기보다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각 은행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따른 대출자산 감축 및 외국계 은행의 자국 해운산업 부실 발생에 따른 리스크 관리 측면이 강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해운산업 지원 감소는 외국계와 달리 해운기업 부실화에 따른 직접적 손실과 이에 따른 위험관리 차원의 대응 조치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LNG(액화천연가스) 도입을 위한 선박을 국내 조선소에 본격적으로 발주하던 1990년대 후반 시중은행의 선박금융 데스크는 금융주선 기회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시장 활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리먼 사태 이후 BDI지수 폭락 및 해운기업 수익성과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다수 해운기업의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진행으로 은행의 손실이 본격화되자 시중은행의 선박금융은 급격히 축소됐다.

외국계 선박금융 전문은행의 국내 활동이 축소되고 국내 시중은행이 선박금융시장을 떠나게 되자 그 공백을 정책금융기관이 대체하게 되었다. 그리고 높은 리스크로 말미암아 시중은행이 참여를 꺼리는 후순위 선박금융은 자산운용사, 선박투자회사를 매개로 정책금융기관이 설립한 선박금융 펀드가 맡았다. 아울러 해운 경기 침체기의 유동성 공급과 선박금융 활성화를 위해 해양보증보험과 한국선박해양, 두 개의 선박금융 공급기관이 최근 설립되었고, 이 두 개의 신설 선박금융회사의 통합을 주요 골자로 하는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됨으로써 한국 선박금융시장의 정책금융 중심화 특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선박금융공급이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금융 공급자의 다양성을 잃어버렸지만 반대로 얻은 것도 있다. 먼저 선박금융 상품 다양성이 확대되었다. 후순위 보험, 세일앤리스백(S&LB), 영구채 투자 등 해운 경기 침체 시에도 선박 관련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상품이 마련된 것이다. 또 해양진흥공사 설립으로 정책금융 공급자가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금융 사각지대에 속했던 중소 해운기업에 대한 지원 역량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해운 경기는 여전히 불안하고 과거와 다른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 효과로 단기간 증폭된 선복량 확대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물동량 증가율 이상으로 지속되어 왔고, 특히 중국의 경우 자국 산업 및 경기 부양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 선복량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운 경기는 과거와 같이 침체와 호황을 반복하는 단순 파동을 보이기보다는, 긴 침체와 짧은 회복을 특색으로 하는 비대칭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020년 한층 강화된 IMO 환경 관련 규제는 해운기업에 새로운 도전을 안겨 주고 있다.

변화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정책적으로 강화된 선박금융 공급 인프라의 성공 여부는 수요자인 해운기업의 활용 방향에 달려 있다. 우선 해운기업은 자신이 처한 영업환경과 전략에 적합한 선대 확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상적 영업 확대에 따른 선박 확보는 추진하되 장밋빛 전망만으로 선박을 구입 또는 발주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대한 내부 여유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하방 변동성이 심해진 해운 경기 구조적 변화를 감내할 수 있는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선복량 공급과잉 상태가 장기 고착화되고 있어 수급 개선 시 운임 상승은 제한적인 반면 수급 악화 시 과거 경험하지 못한 수준까지 운임이 하락하고 있어 길어진 침체기를 버틸 수 있는 내부 여유자금 확보가 경영안정에 시급한 사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해운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선박금융 공급 인프라의 강화는 영업과 선대 확충에 유리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투기적인 수요에 의한 선대 확충은 오히려 기업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지난 시절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위기에 처한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경쟁력 있는 선대 확충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선박금융 인프라 강화 조치가 개별 기업의 가수요와 맞물려 기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공급기관은 선박금융 수요에 대한 옥석을 가려야 하며, 해운사를 포함한 업계는 변화된 해운 환경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해양금융종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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