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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오경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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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03 19:40:2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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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일단 봄에 꽃을 피우는 초본식물의 경우는 키를 키우지 않는다. 크로코스, 복수초, 앵초, 에델바이스처럼 거의 지면에 납작 엎드려서 잎이 먼저 피어나고 그사이에서 짧은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운다. 피어난 꽃도 크지 않다. 대신 진한 향기를 담고 있어 이 향기로 얼마 되지는 않지만 좀 더 빨리 부화한 곤충을 독점적으로 유혹한다. 봄 식물이 이렇게 덩치를 키우지 않는 것은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서고 더불어 행여 아직 가지 않은 추위가 온몸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위가 찾아와도 최대한 덜 꺾이고 덜 손상을 입기 위해 자신의 몸을 최대치로 만들지 않는 생존 전략을 만든 셈이다.

이에 반해 여름 식물을 생각해보자. 접시꽃, 루드베키아, 코스모스, 에키네시아, 해바라기, 칸나 등. 이름만 들어도 여름의 향기가 물씬 나는 이런 식물들은 키가 1m를 훌쩍 넘긴다. 잎도 어른 손바닥에서 심지어는 사람 머리만큼에도 이른다. 뿐만 아니라 피어나는 꽃 역시도 크고 화려하다. 여름 식물이 이렇게 최대치로 자신의 몸을 키우는 건 추위가 사라지고,광합성 작용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조건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의 정원은 봄보다 여름이 훨씬 더 풍성하고 화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여름 식물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요즘처럼 쏟아지는 땡볕 더위가 계속되고, 비마저 내리지 않는다면 그 큰 덩치에 공급할 물이 부족해 결국은 말라 죽는다. 그래서 여름 정원 관리의 최대 핵심은 바로 식물들이 목마르지 않게 물을 공급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량없이 매일 물을 주는 일은 사람에게도 힘겨운 일지만 식물에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물은 주고 난 후, 살짝 손가락이나 호미로 흙을 파보면 생각보다 흙 속으로 스며든 물의 깊이가 얕아서 깜짝 놀란다. 원예 상식으로는 여름철에는 적어도 일주일에 2.5㎝의 깊이가 충분히 적셔질 정도로 물을 주라고 권한다. 그러나 충분히 샤워를 시킨 듯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해도 막상 흙을 파보면 거의 표면을 적신 정도로 그친다. 그러니 일주일에 2.5㎝를 적실 정도로 물을 준다는 것은 사람의 물주기 방식으로는 매우 힘겨운 일이고, 그러니 규칙적인 비가 내려주기를 눈 빠지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비나 혹은 우리가 물을 줄 수 있는 식물의 범위도 뿌리의 깊이가 20㎝ 미만인 초본식물에만 해당하고 나무라고 통칭하는 목본식물은 지상에서 물을 뿌려 물을 공급해준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나무는 어떻게 물을 공급받는 것일까?
나무의 뿌리는 식물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도 하지만 뿌리를 수 미터 혹은 수십 센티미터씩 뻗어 지하 속의 물을 찾아다닌다. 이 뿌리가 흙을 찾아 움직이는 모습을 만약 영상으로 찍어 빨리보기로 돌린다면 그 엄청난 운동량에 깜짝 놀랄 것이라고 식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결국 우리가 정원에서 식물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실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가든디자인의 경향이 자연스럽게 ‘식물의 자생력’을 증진시키는 식물디자인으로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기도 하다. 정원의 식물들이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사람에 의해 심기기는 하지만 결국 그 살아갈 힘이 식물 스스로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철학이 숨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때 ‘식물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식물디자인의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식물은 단독으로 심기보다는 이웃할 수 있도록 ‘묶음’으로 심어주는 방법이다. 무리 지어 일종의 작은 군락을 만들어 주는 일인데, 이렇게 심을 경우 촘촘하게 나란히 함께 자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어주는 효과가 생긴다. 물론 서로 붙어 있어 영양분을 다투는 측면도 생긴다. 그래서 경쟁이 생겨 스트레스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단점을 감수할 만큼의 장점이 더 많이 생긴다. 촘촘하게 서로 함께 서 있다 보니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흙 속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게다가 서로 같이 있으니 꽃을 피우면 한아름 덩어리로 피어나 다른 식물보다 곤충을 부르는 능력도 탁월해진다. 혼자일 때와는 다른 집단의 힘이 생긴다. 결론적으로 더불어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양보하고 나누고, 서로에게 부담과 스트레스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견뎌낼 힘을 얻는 셈이다.

이런 원리가 식물의 자생에 국한된 것은 아닐 듯싶다. 우리의 삶도 결국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 자체도 가족, 동료, 이웃과 함께하고 있으니 경쟁도 해야 하고,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름다운 이유도 더불어 같이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무리 지어 함께 피어난 꽃이 홀로 핀 꽃보다 아름다운 것처럼.

작가·가든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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