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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협치의 리더십’이 먼저다 /변영상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경제 여건 어려운 이때, 청와대 ‘협치 내각’ 카드 국면전환 수단 비칠만

  • 국제신문
  • 대기자 bys @kookje.co.kr
  •  |  입력 : 2018-07-26 18:48:30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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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매우 생산적이고 효용성 있는 용어다. 서로 합심, 협력해 잘 다스려 나가면 무슨 일이든 쉽게 쉽게 풀리지 않겠는가. 우리처럼 이념·지역·세대갈등에다 빈부갈등, 갑을갈등까지 온갖 갈등을 안고 사는 나라에서 협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분권, 나눔, 배려와 더불어 협치가 시대의 가치인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새롭게 정권이 탄생할 때마다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대략 이런 제언을 하곤 한다. 다 지키려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공약 다이어트부터 하라, 청와대 역할을 키우지 말고 대통령이 장차관과 직접 소통하라, 단기 정책보다 중장기 로드맵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무리 없이 국정을 끌고 갈 수 있는 보편타당한 충고 아닌가. 여기에 또 하나. 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항목이 있다. 초당적 협력으로 난국 극복과 사회 통합을 이루라는 조언이다. ‘협치의 묘’를 강조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자꾸 ‘협치’ ‘협치’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역대 정권마다 이게 잘 안 돼 결국 독단,독선, 불통으로 흘러 어려움을 자초하거나 실패한 정부로 끝났기 때문이다. 협치는 곧 반대편을 끌어안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말한다. 대결과 대립으로 점철돼온 한국 정치지형상 협치는 대통령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작과 끝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게 개인적 견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는 협치가 더욱 강조됐다. 그 이유는 다들 알고 있다. 촛불·태극기로 분열된 국민의 대통합, 경제 혁신, 북핵·안보 문제 해결, 사회 양극화 해소 등 하나같이 쉽지 않은 문제 앞에서 국회도 여소야대다. 협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난제 해결은 고사하고 민생·개혁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현실로 나타났다. 국회는 개점휴업 되풀이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가 2년 차 정국 카드로 ‘협치 내각’을 꺼내 들었다. 하필이면 노회찬 의원의 변고가 있던 그날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브리핑을 통해 공식화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인가. 아니면? 계엄 위수령 문건을 놓고 졸병인 일개 기무사 대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대들며 거짓말 공방을 벌이질 않나, 하도 이상한 일이 많은 요즘이라 뭐 하나 그냥 넘기지 못하고 곱씹어 보게 된다.
청와대 대변인은 협치 내각과 관련, 산적한 입법 과제를 풀어야 할 더불어민주당이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대통령이 이 제의를 수용해 개각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구차하다. 현시점에서 그렇게 절실히 요구된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배경을 설명하고 야당 협조를 구하는 정공법으로 나서면 될 일 아닌가. 또 필요하면 협치는 그 자체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가 아이디어를 내고 받아들였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하는 문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협치는 배고픈 사람에게 떡 하나 주는 정치가 아니다’라는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청와대의 협치 내각 추진이 딱 그렇게 비친다. 온도 차는 있지만 야당이 ‘뜬금없는 국면 전환용 꼼수’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지금 한국 경제 여건은 심각하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로 나타난 데서 보듯 투자·소비·수출이 동반 부진 중이다. 미중 무역전쟁 확산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요인으로 인해 내수가 위축되고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이어 중소기업중앙회도 내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해 이의제기를 고용노동부에 했다. 혼란과 파장의 연속이다. 청년 실업률은 개선 조짐이 없고, ‘J노믹스’의 한 축인 혁신 성장은 보이지 않는다. 폭염 때문에 탈원전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등 끝없는 논쟁이 피곤을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성부터 의심받는 협치 내각에 어느 야당이 참여할까 싶다. 발을 들였다 자칫 잘못하면 공동책임을 져야 할 판인데 말이다. 정권 초부터 협치의 정신을 살려왔으면 또 모를까. 다른 건 차치하고 가장 중요한 경제 분야 하나만 보더라도 그동안 협치는 실종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으로선 협치 내각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또 꼭 협치를 사람 구색 맞추는 내각 구성과 연결할 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일순간 타개책이 아니라 민생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나라 안팎이 어려운 지금 야당과의 협치는 절실한 일이다. 사실 이념과 진영이 다른 집단 간 협치는 고난도 게임이지만 풀어내야 정권도 산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협치의 리더십’부터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만기친람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청와대 비서관들이 내각을 통할하며, 장차관을 패싱한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협치 운운은 순서가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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