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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 52시간 근무제, 진정한 워라밸의 계기로 /송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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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26 18:53:19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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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가 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본격 시행됐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이른바 ‘워라밸’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은 2004년 도입한 ‘주 5일 근무제’ 못지 않게 노동자의 생활과 직장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법으로 개인의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재단하는 목적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다. 일과 생활(삶)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에겐 일과 삶은 양극단에 서 있다. 그래서 이제 법이 우리 삶에 개입해 ‘저녁이 있는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세세한 기술적 문제에서부터 “돈이 없는데 무슨 저녁이 있는 삶이냐”라는 근본적인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더 일하면서 몇 푼이라도 더 벌어 아이들 학원 보내고 싶은데 왜 근로시간을 줄이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아마 한국의 웬만한 가장이라면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있다. 일은 덜 하지만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져 임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근로자 10명 중 2명은 임금이 깎이게 된다.

그렇다. 돈이 있어야 워라밸이 가능할 것이다. 생활을 위해, 가정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겐 ‘머니 앤드 라이프 밸런스(머라벨)’가 더 중요하다. ‘머라밸’이 충족되지 않는데 무슨 ‘워라밸’이냐는 것이다. 문제는 소득 감소와 소득 양극화이다. 대기업에는 대부분 노동조합이 있으니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드는 소득을 상쇄할 방안을 만들어 낼 여건이 된다. 반면 중소기업 중에는 노동조합도 없고 영세한 경우가 많아 근로시간이 준 만큼 곧장 근로자 소득이 줄어든다.

기업도 할 말이 많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한 축은 고용 창출과 연결돼 있다.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줄 경우 기업이 공장을 더 돌리려면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기존 근로자가 좀 더 일해주는 것이 신규 충원 인력보다 효율성이 더 높다는 게 기업들의 말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젠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진부하지만 ‘행복’이란 가치도 이번엔 반드시 잡았으면 좋겠다. 과거 ‘반공일(半公日)’은 온 가족에게 설렘 가득한 날이었다. 난 지금도 ‘국민학교’ 시절 토요일 아침 등굣길의 설렘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이 행복감은 더 커졌을까. 아닌 가정이 더 많을 것 같다. 아빠들은 골프 치러 새벽부터 사라졌고, 학생들은 학원 뺑뺑이를 돌고, 사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고, 가족은 다 찢어졌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또 이렇게 흘러가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의 우려는 아마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낯섦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동안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은 절대적인 미덕으로 여겨져 왔고, 근대 이후 유급 직장은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근원이라 여겨져 왔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케인스의 예언과 달리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노동 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0시간을 더 일해왔다. 더 일했지만 우리 노동 시장은 오히려 위축됐다. 구조조정, 희망퇴직, 일자리 부족, 저임금 노동으로 이어졌다. GDP 성장 만능론을 재고해야 하는 시기이자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2004년부터 시행된 주 5일 근무제가 국민 생활에 대변화를 가져왔던 것처럼 주 52시간 근무제가 또다시 사람들의 일상에 대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통해 우려를 기대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주요 국가들에서 통용되고 있는 근로자의 권리가 적은 근로시간, 즉 적게 일할 권리란 점이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지만 삶의 질의 가치가 중요해진 시대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고민, 어쩌면 이번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그 고민과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이삭푸드서비스㈜ 경영고문·전 인제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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