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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을의 전쟁, 갑의 침묵 /이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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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경제부 기자 serenom@kookje.co.kr
  •  |  입력 : 2018-07-22 18:59:21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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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꽤 복잡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어느 쪽 주장에 더 타당성이 있는지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는 소상공인들의 성토와 제대로 된 대우를 받겠다는 노동계의 호소가 머릿속에서 충돌했다.

내년도 최저임금(8350원·올해 대비 10.9% 인상)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1만20원 수준(소상공인연합회 추산)이라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수치만 보면 자영업자들의 절규가 일정 부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반면 산입범위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 실질 인상률은 2.4% 수준이란 분석(민주노총)이 있다. ‘왜 더 올리지 않았느냐’는 노동계의 반발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양측 전망치의 신빙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매년 어김없이 반복돼 온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올해 들어서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최저임금 갈등은 주로 대기업 사용자 측과 노동계가 인상 폭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 줄다리기가 끝난 뒤 따라오는 파장도 어느 한쪽이 “우려된다”는 논평을 내는 수준에서 봉합되곤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우리 사회의 ‘을’인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또 다른 약자인 ‘봉급쟁이 근로자’가 생존권 사수 등을 외치며 격한 대립 구도에 직면했다.

문제는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동안 을들의 ‘주인’ 격인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형 카드사 등이 가맹점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이슈와 관련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가맹점과 맺은 불합리한 계약 구조로 이미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갑의 침묵’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편의점 업계의 경우 본사에 내는 로열티(가맹수수료)가 매출액 대비 30~35%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은 가맹점주가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기업 본사는 계약구조 개선 등에 나서지 않고 을들의 갈등을 그저 관망하고만 있다.

최저임금 갈등의 본질은 ‘두 자릿수 인상률’ 등의 문제가 아니다. 갑과 을 간의 불합리한 계약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매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 등은 가맹점의 ‘최저임금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상생 경영에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의 침묵은 을들의 절규를 바라보며 억울해하고 있을 ‘최저임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서울경제부 기자 sereno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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