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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트컴 장군 인류애, 세계인과 공유하자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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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22 19: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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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1월 27일 발생한 부산역전 대화재는 6·25전쟁이 끝나고 재건을 꿈꾸던 부산시민의 희망을 빼앗았다. 이 화재로 29명의 사상자와 6000여 세대 3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현재 화폐 가치로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추위와 기아에 직면했다. 당시 미군 부산군수사령관이던 리차드 위트컴(Richard S. Whitcomb, 1894~1982) 장군은 긴급하게 미군의 군수 물자를 이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직접 천막촌을 지어줬다. 장군의 선행으로 부산시민은 폐허 더미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보리밭에서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사정을 알게 되자 메리놀병원 등 병원 4곳을 짓는 데 도움을 줬다. 부산대의 현재 장전동 부지 50만 평을 구해주고, 진입로 건설과 부지 정리 및 공과대학 건물을 지어 주었다. 그는 6·25전쟁 후 대한민국 재건과 전쟁고아를 위해 헌신했고 한국인(한묘숙 여사)과 결혼했으며 죽어서도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이 모든 것이 하마터면 역사 속에 파묻힐 뻔했다. 2011년 필자와 강석환 부산지역 역사연구가에 의해 부활하듯 되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국제신문의 2011년 6월 11일 자 1·4면 ‘위트컴의 혼 깨운다’ 기사를 비롯한 적극적인 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위트컴 장군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장군’ ‘파란 눈의 천사’ ‘한국전쟁 고아들의 아버지’ 등이다. 위트컴장군추모사업회는 최근 장군의 가족, 청소년 및 대학 시절 자료와 장군이 참전했던 2차 세계대전을 기록한 저서 ‘One War’를 발굴했다. 장군의 아버지(George H. Whitcomb)는 미국 캔자스주 대법관을 지냈다. 어머니(Jessie Whitcomb)는 작가이자 아버지와 보스턴 법대의 동급생이었고 미국 법대에서 강의한 미국 최초의 여성이었다. 명문가의 자녀였던 위트컴 장군은 위시번대학에 재학할 당시 필리핀 선교사를 꿈꾸던 청년이었다. 장군이 부산에서 행한 위대한 선행은 군인 이전에 가난한 나라에서 자신의 삶을 바치려는 선교사 정신으로 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발굴해야 할 것도 많다. 위트컴 장군이 부산역 화재 이후 군수물자를 시민에게 나눠줘 군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말해 의원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많은 구호물자까지 받고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감동적인 스토리는 회자되고 있는데 연설 내용과 시간, 장소에 관한 자료를 아직 찾지 못했다. 위트컴 장군이 부산역 대화재 이주민을 위해 영도와 양정동에 400세대 규모의 주택을 건립하자 이주민들이 위트컴 장군의 은혜를 기리는 공덕비를 세웠는데 사진만 남아 있을 뿐 흔적은 사라졌다.
이런 위대한 인류애적 정신을 가진 위트컴과 그의 선행을 부산시민은 물론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추모사업회는 장군을 기억하고 그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위트컴 장군 등록, 위트컴 장군 홈페이지 개설, 위트컴 장군 부산시민 추모 행사 및 초·중·고교생 글짓기 대회 개최, 초등학교 교과서에 위트컴 장군 선행 수록, 위트컴 평전 집필 및 다큐멘터리·뮤지컬·영화 제작, 위트컴 기념공원 조성, 미국 순회 위트컴 기념 감사 음악회 개최, 위트컴 장군이 쓴 ‘One War’ 번역 등이다.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는 2012년 위트컴 장군이 부산 스토리 보물의 원석이며 잘 다듬으면 부산의 세계적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부산을 다녀가지만, 부산의 대표적인 스토리가 아직도 없지 않은가. 북항 재개발지역에 오페라하우스가 준공되면 그 기념으로 ‘파란 눈의 천사 위트컴’이 오페라로 초연되기를 꿈꿔 본다. 오직 부산만 가지고 있고,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 부산이 위트컴 장군의 도움으로 또 다시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왜 우리는 이 엄청난 보물을 아직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가. 부산이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우리가 모두 이 일에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됐다.

부산대 전자공학과 교수·위트컴장군추모사업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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