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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우리 안의 오프사이드 /이경식

부동산 불로소득 심각, GDP의 28% 수준

최저임금 문제 주원인…보유세 강화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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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이란 여성들은 수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다시 태어났다. 여성의 축구장 출입금지가 풀린 역사적인 날이었다. ‘자유’란 뜻의 이 축구장에서 그들은 자국과 스페인 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 경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시청하며 자유를 만끽했다. 이란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에게도 이날은 아주 각별했다. 2006년 축구장 금녀 문제를 다룬 영화 ‘오프사이드’를 만들어 성차별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오프사이드’는 불공정한 삶의 규칙에 대해 반칙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성평등만이 아닌 모든 불합리의 합리화 열망을 상징한다. 이란의 월드컵 잔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다.

우리 사회에도 ‘오프사이드’는 널려 있다. 성차별 역시 그 하나이지만, ‘부동산 불로소득’에 눈을 돌려 보자. 다수 시민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적폐 중의 적폐여서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땀 흘려 일하기보다 땅으로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지대(地代·토지사용료) 추구 사회, 심각한 자산 불평등 사회로 전락했다. 어떤 사람은 열심히 일해도 제대로 먹고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은 빈둥빈둥 놀아도 재산이 비대해지는 부조리한 세상,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이 같은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지난 18일 교수 등 지식인 323명은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선언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이 우리 사회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실상은 정말 심각하다.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07~2015년 우리나라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매년 적게는 264조6000억 원, 많게는 346조2000억 원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1.7~27.8%를 점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개인 토지는 상위 10%가 64.7%를, 법인 토지는 상위 1%가 75.2%를 소유하고 있다. 불로소득의 대부분이 이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 불로소득은 토지와 건물을 빌려 쓰는 중소상공인이나 무토지, 무주택자들에게서 나온다. ‘부익부 빈익빈’ 모순의 원흉이 불로소득인 셈이다. 부동산, 특히 토지의 가치는 공공 자산이다. 지주는 상품 생산처럼 노동과 자본을 투여해 토지 가치를 증식하지 않는다. 토지를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토지 가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라와 지역을 가꾼 결과다. 그런데도 지주들은 그 가치를 독식한다. 공공 자산의 사유화다. 이게 모순의 본질이다.

불로소득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부동산 투기는 극성을 부리고, 노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추구하는 시민의 노동·생산 의욕도 떨어진다. 경제가 비경제적으로 왜곡되고, 공동체의 도덕과 문화 역시 요행심리와 이기주의에 의해 흐려진다. 지난달 7일 서울 서촌에서 발생한 ‘궁중족발 망치 사건’은 그 폐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세입자인 궁중족발 업주는 새 건물주가 임대보증금을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월세를 297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하자 거절했다. 건물주는 법원을 통해 세입자를 강제로 쫓아냈고, 세입자는 홀로 권리구제 몸부림을 치다 분노를 참지 못해 건물주를 상해했다. 이런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일상사가 된 지 오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최저임금 대상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오른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다. 소상공인들은 올해보다 10.9%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의 수용을 거부하면서 정부에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달라”고 했다. 폭등하는 임대료 등 구조적 모순에 대한 하소연이다. 선언 지식인들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불로소득 차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불로소득을 보유세로 흡수할 경우 부동산 투기를 막고,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유도해 경제를 활성화하며, 불로소득의 원천인 지대를 복지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7400억 원의 ‘찔끔 증세’에 그쳤다. 기득권 세력의 조세 저항을 의식한 조처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0.33%)의 절반 수준이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한 1조1000억 원 증세안을 수용해도 실효세율은 겨우 0.02%포인트 늘어난다. 보유세 강화론을 ‘토지 공산주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조차 경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적인 세금이라는 이유로 “보유세가 가장 좋은 세금”이라고 했던 것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보유세는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드는 세금이다. 대안은 나왔고, 선택은 정부가 해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이 국정 슬로건의 실현 여부는 정부에 달렸다.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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